지난 12일과 13일, ASL 시즌 19 4강전에서 역대 최고의 다전제가 펼쳐졌다. 그것도 2일 연속으로.
도재욱과 이재호, 김민철과 장윤철이 보여준 모든 것을 쏟아부은 14세트의 명승부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경기를 보던 팬들은 잠시나마 어릴 적 스타리그를 보던 때의 낭만과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 소년만화는 이어진다. 도재욱 17년 만에 개인리그 결승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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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눈물을 흘리는 도재욱. /SOOP |
같은 YB 소속의 도재욱과 이재호가 만났다. 만날 때마다 명경기를 펼친 두 선수가 ASL 토너먼트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초반 분위기는 이재호가 가져갔다. 1세트에서는 도재욱의 드라군이 허무하게 마인에 죽으며 자멸했고, 2세트는 도재욱이 상대 본진에 몰래 게이트를 시도했으나 빠르게 포착당하며 큰 손해를 봤다. 이재호는 벌쳐 견제로 도재욱의 프로브를 대거 사냥하며 이득을 챙겼고, 멀티까지 안정적으로 가져가며 승기를 잡았다. 도재욱의 회심의 리콜까지 이재호의 완벽한 수비에 밀리며 스코어 2:0이 됐다.
3세트부터 도재욱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재호의 드랍십을 안정적으로 막아낸 뒤 교전에서 지속적으로 승리하며 1점을 따라갔다. 4세트에서는 이재호의 5팩 타이밍을 셔틀 질럿과 마인 역대박으로 막아내며 균형을 맞췄다.
5세트에서는 도재욱이 속업 셔틀 기반 자원 견제와 소모전으로 이재호를 흔들며 역전에 성공했다. 6세트는 도재욱의 다크 드랍을 이재호가 침착하게 막아내며 스코어 동점이 됐다.
마지막 7세트에서 도재욱은 초반 질럿 찌르기로 SCV 두 마리를 잡으며 큰 이득을 거뒀다. 전세가 불리해진 이재호는 투팩 타이밍 러시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으나 도재욱이 프로브까지 동원해 깔끔하게 막아내며 그대로 승리했다.
도재욱은 2008년 EVER 스타리그 이후 첫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경기 후 도재욱은 감정이 북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4연속 우승을 향해! '철벽' 김민철의 빈틈 없는 경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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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김민철. /S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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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진행된 4강 2차전도 1차전 못지않은 명경기의 향연이었다. ASL 4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김민철과 현재 최강의 프로토스라 평가받는 장윤철이 만났다.
1세트는 김민철이 저글링 올인과 이어진 뮤탈 러시를 성공시키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에서는 장윤철이 히드라 올인을 완벽하게 방어하고, 9게이트 한방 러시로 저그의 앞마당을 파괴하며 균형을 맞췄다.
3세트는 경기 시간 30분을 넘긴 장기전이었다. 초반 질럿 견제로 흔들린 김민철이 디파일러를 활용해 전투에서 이득을 거두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타이밍에 장윤철의 다크템플러가 김민철의 드론을 쓸어버리며 자원에 큰 타격을 줬다. 치열한 전투 끝에 김민철의 자원줄이 마르며 장윤철이 3세트를 승리했다.
4세트에서는 김민철이 5드론으로 장윤철에 큰 피해를 주며 시작했다. 이후 김민철은 부유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5세트에서는 김민철이 러커 드랍으로 장윤철의 프로브를 대거 사냥했지만, 장윤철이 완벽한 스톰 활용을 보여주며 승리했다.
탈락 위기에 몰린 김민철은 6세트에서 부유한 운영과 상대 핵심 병력의 허리를 끊는 스마트한 전투로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7세트에서는 장윤철이 상대 멀티 지역에 시도한 캐논 러시가 실패하며 김민철이 주도권을 잡았다. 발업 질럿과 다크템플러를 활용한 난전도 막혔다. 결국 김민철이 히드라 웨이브로 장윤철의 병력을 일망타진하며 승리했다.
◆ 20년만에 첫 우승 vs 4연속 우승…역대급 서사 결승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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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욱 vs 김민철. /S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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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연속으로 치러진 7세트 명승부에 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팬들은 "역대 최고의 다전제", "S급 선수들의 대결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다니", "오랜만에 손에 땀이 났다", "20년 전 스타리그를 보던 긴장감과 희열이 느껴졌다. 나이 40이란 걸 잠시 잊게 해줘서 고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 4강전이 명승부로 진행되며 결승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두 선수의 서사는 정반대다. 도재욱의 결승 진출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24강과 16강에서 모두 최종전을 거쳐 아슬아슬하게 올라왔고, 8강과 4강에서도 김명운과 이재호라는 강적을 만났다.도재욱은 명백한 언더독이었다.
도재욱은 그런 악조건을 딛고 연이어 반전을 만들어내며 결승에 올랐다. 만일 이번에 우승을 차지한다면 프로게이머 데뷔 이후 약 20년 만에 첫 우승이다.
문제는 결승전 상대가 최강의 저그 '철벽' 김민철이라는 것이다.
김민철은 ASL 4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역사상 단일 대회에서 4회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없다. 유일무이한 역사를 쓰려한다. 상성도 김민철을 향해 웃어준다.
지금까지 프로토스가 결승전에서 저그를 상대로 승리한 것은 2007년 3월 3일 곰티비 MSL 시즌 1에서 김택용이 마재윤을 잡은 사례가 유일하다.
과연 도재욱이 결승에서 김민철까지 잡아내며 소년만화의 서사를 완성할지, 김민철이 4회 연속 우승으로 본좌의 지위를 더욱 굳건히 할지. 결승전에서는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지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