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형→2심 무죄→대법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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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7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 대전 중구 한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주 B씨로부터 "선불 유심을 개통해 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본인 명의로 선불 유심 9개를 개통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그 대가로 건당 2∼3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불 유심이란 일정액을 먼저 지불하고 정해진 양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으로 단기 체류 외국인 등이 주로 사용한다. 다만 보이스피싱이나 타인 명의의 선불 유심을 발급받아 범죄에 악용하는 일도 잦다. 실제로 B씨는 선불 유심 일부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선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고령에 장애가 있는 A씨가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겠다는 B씨 약속을 믿고 유심을 개통해 줬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이 잘못이라고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가 유심을 개통해 주고 대가를 받은 점과 고령에 장애가 있으나 인지능력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점 등을 들어 "A씨가 자신이 개통해 준 유심이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된다는 것에 대해 알았거나 적어도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될 가능성에 대해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 즉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