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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클럽월드컵 D-30] ② 울산HD가 보여주는 K리그 산업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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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5. 15. 10:00

울산HD의 클럽월드컵 출전 이후, 한국 클럽축구 산업에 남겨진 과제
콘텐츠, 시스템, 외연 확장… 한국 클럽축구는 준비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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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HD 엄원상의 빠른 측면 공격은 클럽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상대의 수비 라인을 흔드는 주요 전술 중 하나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2025 FIFA 클럽월드컵은 경기력뿐 아니라 산업 구조를 통째로 시험하는 무대다. 이 대회에 K리그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진출하는 울산HD의 존재는 단순한 참가를 넘어, 한국 축구산업이 글로벌 구조 속에서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신호'다.

울산의 이번 참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K리그가 처음으로 글로벌 상업 축구 생태계에 직접 진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아시아 무대, 즉 AFC 챔피언스리그는 중계나 스폰서 노출 면에서 FIFA의 클럽월드컵과는 구조적으로 비교가 어렵다. FIFA가 직접 기획하고 전 세계에 중계권을 판매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유치하는 이 대회는 사실상 '월드컵 브랜드의 상업 클럽 버전'이라 할 수 있다.

2025년 클럽월드컵은 32개 팀이 8개 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를 치르고, 상위 두 팀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울산은 대회 참가로 최소 955만 달러(약 130억 원)의 기본 상금을 확보한 상태이며, 성적에 따라 수백만 달러가 추가될 수 있다. 이는 다수 K리그 구단의 연간 예산 수준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울산은 단지 참가만으로도 K리그 역사상 유례없는 국제 상업 플랫폼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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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울산HD.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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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울산HD.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업계에서는 이번 클럽월드컵 출전을 계기로 울산이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브랜딩 노출을 비롯해 다국적 팬을 겨냥한 디지털 콘텐츠 확대, 영문 기반의 콘텐츠 및 SNS 운영 강화 등이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클럽월드컵이라는 국제 플랫폼은 울산에게 '글로벌 팬 확보 → 브랜드 가치 제고 → 중장기 수익 모델 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기회는 울산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K리그 전체의 글로벌 전략이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다. FIFA가 주관하는 대회에서의 인상적인 퍼포먼스는, 향후 AFC 클럽대항전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울산이 성과를 내면, 한국 클럽 축구의 전반적인 평가와 협상력은 동아시아 전체 축구 산업 내에서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분명해진다. "K리그 클럽은 과연 글로벌 산업의 주체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는 경기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과 마인드의 문제다. 행정 역량, 콘텐츠 기획력, 라이선스 사업 구조, 팬 관리 시스템, 그리고 다국어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전략까지-지금의 K리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가를 묻는 시험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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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은 그간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울산HD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울산은 HD현대중공업이라는 든든한 모기업을 배경으로, 자본과 인프라 측면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K리그 전체는 그렇지 않다. 공기업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 영문 기반 플랫폼 부재, 머천다이징 및 티켓 유통의 비표준화 등은 여전히 산업화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울산의 사례가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리그 전체의 전환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성공 사례가 축적될 때 리그의 외연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울산HD가 클럽월드컵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이는 K리그 전체의 협상력과 신뢰도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방송사, 글로벌 스폰서, FIFA 및 AFC와의 관계 설정에서 울산의 존재는 K리그의 위상을 상징하는 기준선이 된다.

이를 위해선 울산의 전략적 대응뿐 아니라, K리그 사무국과 타 구단들의 동반 대응도 중요하다. 울산의 경험이 단발성 사례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 과정을 데이터화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클럽월드컵 참가가 단순한 기록이 아닌, 리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자료로 남아야 하는 이유다.

축구는 더 이상 단지 경기력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콘텐츠와 유통, 브랜딩과 데이터, 팬 경험과 지역 연계, 그리고 글로벌 스토리텔링이 모두 작동하는 종합산업이다. 그리고 클럽월드컵은 바로 이 총체적 역량을 세계 앞에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험장이다.

2025년 6월, 울산의 경기는 단순한 승패를 넘는다. K리그라는 리그가 세계에 보낼 첫 산업적 신호이며, 한국 축구가 세계 시장에 직접 접속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첫 문을 여는 열쇠는, 여전히 K리그의 얼굴인 울산HD가 쥐고 있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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