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 솔루션 강자, 글로벌 고객사 60곳
빅딜로 단숨에 '토털 공조기업' 발돋움
AI서버용 인프라 시장 '미래동력'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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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약 2조4000억원을 들여 플랙트를 품고, 오는 2030년 54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정조준할 계획이다. 기존 개별공조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형시설 중심의 중앙공조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종합 HVAC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의 최대 '빅딜'
삼성전자가 14일 인수계약을 체결한 플랙트는 100년 이상의 업력을 갖춘 독일 기업이다. 북미와 유럽, 중동, 아시아 등에 생산시설을 보유 중이며, 전 세계 65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전체 인력 규모는 4000명에 달한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업이다. 데이터센터와 박물관, 도서관, 공항, 병원 등에 고품질·고효율 공조 설비를 공급하며 지난해에는 연간 7억6970만 달러(1조8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플랙트는 저탄소·친환경 목표 달성이 중요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수요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냉각수분배장치(CDU) 분야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 용량과 냉각 효율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데이터센터 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DCS 어워드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플랜트는 60곳 이상의 글로벌 고객사를 보유 중이다.
이번 M&A는 지난 2017년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80억 달러(당시 9조3400억원)에 인수한 이후 8년 만의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HVAC'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운다
재계에선 그동안 삼성의 초대형 M&A 후보군으로 반도체 분야를 꼽았다. 주력 사업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설계, 파운드리 분야 글로벌 기업이 후보군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공조(HVAC)' 분야 기업 인수는 약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HVAC는 급성장을 거듭하는 분야다. 특히 기존 에어컨 등 가정·사무실 위주의 개별 공조와 달리 대형 오피스, 빌딩, 산업시설용 중앙공조는 AI 서버용 데이터센터 신·증설 붐과 맞물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올해 2666억5000만 달러(377조964억원)에서 2030년 3826억6000만 달러(541조4639억원)까지 성장이 점쳐진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7.5%다. 삼성전자는 중앙공조 시장이 연평균 8%씩 성장해 2030년에는 14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앙공조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데이터센터 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적으로 AI 시대를 맞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데이터센터 숫자는 6000개에 가깝게 늘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북미 공조 업체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HVAC 시장의 경우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업자들의 입지가 두터워 진입장벽이 높은 편에 속한다"며 "후발주자격인 삼성전자로선 이번 인수를 통해 존재감을 빠르게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든든한 '현금 곳간'… 추가 M&A도?
재계에선 추가 M&A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 내부에서도 최근 수년간 다양한 매물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탄도 충분하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5조원 정도다. 별도 기준으로도 약 12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와 실적발표 등을 통해 '유의미한 M&A' 추진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 왔다. M&A 후보 업종으로는 AI를 비롯해 로봇, 전장 등 첨단산업이 거론된다. 지난해 말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이달 초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이 대표 사례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활발한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선 점에도 주목한다. 지난 3월 중국 출장 때는 BYD와 샤오미를 찾았고, 지난달 일본 출장에서는 토요타그룹과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