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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 한 콘텐츠 플랫폼에서 기획한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일본의 서점 츠타야(TSUTAYA)를 운영하는 CCC의 다카하시 야스토리 CEO가 이날 발표자로 나와 자사의 독특한 사업 기획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다카야시 CEO는 어느 시대든 성공한 비즈니스에는 그 업계의 감수성과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며 그 상식에 도전하고, 부수면서 나아가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CCC는 일본의 서점 츠타야를 운영하는 회사이지만, 이들은 자신을 서점 운영사가 아니라 기획 회사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 츠타야는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서점 외에도 공유오피스와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고, 고객사 빌딩 및 공간의 리모델링을 혁신적으로 진행하는 등 그동안 알고 있는 츠타야의 사업과 많이 변모해 왔다.
츠타야는 과거 기존의 생각들을 바꿔 서점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스타벅스와 융합한 것을 시작으로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은행이 업무시간 이후에는 닫혀 있는 모습을 보고 영업시간 외에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공유오피스 셰어라운지를 기획했다. CCC 기획의 핵심에는 쉽게 정량화할 수 없는 '좋은 느낌'(good feeling)이 있다고 했다. 쉽게 정량화할 수 없지만 고객이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가치라는 것이며, 그 좋은 느낌의 핵심은 디테일이라고 정의했다. 츠타야는 매장을 만들 때면 조명 위치와 통로의 넓이, 책상 폭은 물론 고객이 머물렀을 때 느낄 인상까지 고민한다고 한다.
지난달 국내 대형마트들이 1000원 미만 수입 고기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A마트가 캐나다산 수입 삼겹살을 100g당 791원에 내놓자 다른 마트 역시 1원 낮은 790원에 판매했고 곧바로 A마트가 779원으로 내리는 등 초저가 경쟁을 벌였다. 어려움에 처한 대형마트들이 고객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몇 년 전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저성장,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진 탓도 여전하지만, 고객에 대한 좋은 느낌보다는 단편적인 가격 경쟁에만 매몰된 것은 아닌지 한번 되짚어 볼 때다. 실제 소비자들이 1원 저렴한 삼겹살을 구매했다고 해서 계속 방문하고 싶은, 해당 마트에 대한 좋은 느낌을 가졌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다행인 것은 지난주 대형마트 한곳이 발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1%, 43.1% 늘어난 것으로 발표됐다. 다른 대형마트들이 영업부진을 겪는 등 암울한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이 대형마트의 실적은 이례적이었다. 관련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상품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소비자 혜택 강화 등도 있었지만 공간 혁신 전략을 통해 복합쇼핑몰의 DNA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경험을 기존과 달리 했던 것도 주 요인으로 분석했다.
대형마트들이 1원 경쟁이 아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혹은 소비자들이 생각지 못한 '굿 필링'을 느끼게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내부 인재들을 통해 집중해 본다면 어떨까?
애견 동반이 가능한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글로벌 LUSH 매장 앞에는 반려견을 위한 음수대가 놓여져 있다. 브랜드의 기준인지, 매장 직원들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지만 반려견을 동반한 고객의 입장에서는 브랜드와 매장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감동은 곧바로 그 매장에 대한 '굿 필링', '굿 소비'로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