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여파 속 응급실 환자 만족도 ‘의외의 호전’

의료진 신뢰도 2년 만에 회복
병원 간 전원시간도 크게 줄어
간호사 신뢰율도 동반 상승세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연합

의료계 갈등이 격화됐던 지난해 응급실 이용 환자들의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가 예상과 달리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간 환자 이송에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되는 등 응급의료 서비스 질이 일부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이 글로벌리서치에 위탁해 지난해 8월 22일부터 11월 7일까지 응급실 이용 경험이 있는 성인 4000명(20~80세 미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에서 전반적인 만족도가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의사의 진료에 대한 신뢰도는 90.1%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87.7%와 비교해 2.4%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의료진 신뢰도는 2022년 93.8%에서 2023년 하락했다가 의정 갈등 상황에서도 다시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다만 지역별 격차는 상당했다. 충북(99.1%), 서울(97.8%), 대구(95.8%), 경기(95.3%) 등은 높은 신뢰율을 기록한 반면, 울산은 66.2%에 그쳤다.

응급실 간호사의 간호업무에 대한 환자 신뢰도 역시 91.6%로 전년(88.9%) 대비 2.7%p 증가했다. 간호업무 신뢰도도 울산(69.0%)만 70% 아래를 기록했다.

새롭게 조사된 '퇴원 시 주의사항 및 치료계획 설명의 적절성' 항목에서는 응답자의 88.3%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환자가 진료를 신뢰할수록 전반적인 만족률이 높아졌다"며 "이는 의사의 진료가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타 병원으로의 환자 이송 시간은 단축됐다. 다른 병원에서 전원돼 응급실에 온 환자들의 평균 이송 소요시간은 25.8분으로, 전년도 31.3분보다 5.5분 줄어들었다.

'15분 이상 30분 미만'과 '30분 이상 1시간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이 각각 44.0%로 가장 높았다.

의사 진료 대기시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9.9%가 적정하다고 답했다. 이는 2023년 66.7%에서 13.2%p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응급실 도착 후 첫 진료까지의 평균 대기시간은 16.4분으로 전년보다 1.6분 증가했다.

검사 대기시간의 적절성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2023년 68.5%에서 지난해 82.0%로 올랐고, 입원·수술 대기시간 만족도도 전년 85.2%보다 2.4%p 상승했다.

응급실 이용수칙 인지도 조사에서는 '의료진 폭언·폭행 금지'(83.6%)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보호자 출입 제한'(80.0%), '119 이송체계'(75.5%), '환자 상태별 응급실 구분 이용'(75.4%) 순이었다.

정부가 의정 갈등 당시 강조했던 '중증도별 진료 순서' 원칙에 대한 인지율은 69.6%로 가장 낮았다.

응급의료 서비스의 개선 과제로는 '지역 응급실 부족'(45.7%)이 가장 많이 지적됐고, '야간·휴일 서비스 접근성'(33.5%), '이용 비용 부담'(32.7%)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지역사회 응급실 확충이 시급하다"며 "응급 상황 발생 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내 응급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고, 야간·휴일 운영도 확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