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규율 환경 OECD 최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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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의 베테랑 교사 아만다는 빅토리아주의 한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지 불과 3주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수십 년 교직 생활 중 이렇게 끔찍한 경험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한 11학년 남학생이 매 수업 아만다에게 성희롱적 질문을 했고 학생들은 수업 중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며 아만다의 통제를 무시했다.
아만다는 “내가 경험한 것은 완전한 무례함의 문화였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아만다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0년 경력의 한 교사는 과거 한 반에 서너 명에 불과했던 문제 학생이 이제는 절반에 육박한다고 증언했다.
뉴사우스웨일스(NSW) 북서부의 한 전직 교사는 여러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반복적인 괴롭힘과 폭력에 시달린 끝에 최근 질병으로 퇴직했다.
그는 “폭력, 폭행, 마약 사용을 보고해도 학교 측은 정학 지침이나 아동 안전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시드니의 한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다 올해 퇴직한 한 교사는 “교사들이 주먹질을 당하거나 욕설과 협박에 시달렸다”며 “매점 근무를 하던 휠체어 탄 여성 직원이 9학년 남학생 10명에게 둘러싸이는 일도 있었다. CCTV조차 없어 증거도 남기지 못했다”고 열악한 현실을 폭로했다.
2020년 극심한 환멸감으로 잠시 교단을 떠났다가 2023년 복귀한 30년 경력의 또 다른 고등학교 교사 역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전 교직 생활 전체를 통틀어 겪었던 것보다 더 많은 언어폭력을 당했다”며 성희롱, 신체적 위협은 물론이고 모욕적인 말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호주 교육연구위원회(ACER)의 보고서는 더 충격적이다. 호주의 학교 내 규율 환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현저히 열악하며, 학교폭력 노출 정도는 비교 대상국 중 라트비아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연방 정부는 최근 호주 학교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위한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교사들은 자신들 역시 학생 행동 문제의 직접적인 피해자이며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디킨 대학교의 심리사회 연구원인 마크 라히미 박사는 “교직을 ‘복잡한 감정적·지적 노동’으로 인정하는 ‘교사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들이 매일 겪는 압박감과 도전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 차원에서 교사 보호 및 지원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생 인권만큼 교권 보호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며 “학교 내 존중 문화를 회복하고 교사들이 안전하게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교실 내 질서 회복과 교사들에 대한 존중 없이는 호주 교육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