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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 탈출’ 제주, 수원 원정에서 되찾은 희망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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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5. 28. 08:16

이창민의 복귀 존재감, 이탈로의 첫 골… 제주, 7경기 만에 승리
원정 첫 승과 순위 반등… 김학범호, 반등의 서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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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가 전반 34분, 이창민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수원FC 수비진이 경합에 나섰지만 골문을 지켜내지 못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하위권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 된 경기에서 웃은 쪽은 제주였다. 단순히 승점 3점을 챙긴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리그 7경기 만에 거둔 승리이자 올 시즌 원정 첫 승. 무엇보다 제주는 그간의 무승과 부진, 침묵과 조급함을 이겨낸 끝에 팀 전체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찾았다. 수원에서의 승리는 제주의 2025시즌이 다시 출발선에 섰다는 신호탄처럼 보였다.

5월 27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16라운드. 제주SK FC는 수원FC를 1-0으로 꺾고 승점 16점을 만들며 리그 10위로 올라섰다. 최근 리그 6경기 연속 무승(2무 4패)이라는 깊은 부진에 빠져 있던 제주는 이날 경기로 오랜만에 분위기를 바꿨고, 올 시즌 8번째 원정 경기에서 마침내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 4월 20일 포항전 이후 무려 38일 만에 리그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

승부는 전반 34분, 이창민의 오른발에서 시작됐다. 김륜성과 짧은 패스를 주고받은 뒤 날카롭게 감겨든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서 기다리던 이탈로가 타점 높은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올 시즌 개막 이후 침묵했던 이탈로가 마침내 터뜨린 시즌 1호 골이었다. 무득점의 압박감 속에서도 끊임없이 기회를 노리던 그의 움직임은 이날 경기에서 결실을 맺었다.

도움 기록을 올린 이창민 역시 제주의 승리를 이끈 주역이었다. 공익 복무를 마친 뒤 복귀한 그는 경기 내내 중원을 진두지휘하며 안정감을 부여했고, 후방에서 전방까지 이어지는 빌드업의 축으로 활약했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 후 "이창민이 돌아와 팀에 다시 중심이 생겼다. 오늘 경기도 이창민이 이끌었다"고 말하며 그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복귀 이후 경기 감각이 완전히 회복된 모습으로, 제주의 중원은 확연히 다른 색깔을 입기 시작했다.

후반 초반, 제주는 추가 골을 넣을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후반 3분, 수원FC 미드필더 장영우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VAR 판독을 거쳐 주심이 직접 확인한 뒤 박동진이 키커로 나섰지만, 그의 오른발 슈팅은 수원 골키퍼 안준수의 정확한 예측에 막히고 말았다.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제주는 이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중반 이후 유리 조나탄, 남태희 등 공격 자원을 투입하며 경기 운영의 균형을 끝까지 유지했다.

수원FC도 반격에 나섰지만,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대전하나시티즌(3-0 승), FC서울(1-1 무)을 상대로 상승세를 탔던 수원FC는 다시 한번 결정력의 문제 앞에 고개를 숙였다. 안데르손과 루안을 앞세운 공격진은 수차례 상대 박스를 공략했으나, 제주의 수비와 김동준 골키퍼의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특히 후반 막판 롱볼과 세컨볼을 활용한 파상공세는 위력적이었지만, 제주 수비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제주의 1-0 승리로 마무리됐다. 제주는 이날 승리로 단지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무기력했던 흐름을 끊어냈다. 이날 전까지 제주의 팀 득점은 리그 10위권에 머물러 있었고, 경기당 평균 득점도 1골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 5경기에서도 3골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이탈로의 한 방으로 충분했다. 김학범 감독이 경기 전 "내용은 괜찮다. 이제는 마무리만 잘 되면 분위기를 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말이 그라운드에서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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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승리 소감을 밝히는 제주SK FC 김학범 감독. "이창민이 중원을 안정시켜줬고, 이탈로가 마침내 골을 넣어줬다"며 선수들의 활약을 평가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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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인터뷰에서 심판 판정과 외적 요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수원FC 김은중 감독. "이겨내야 한다"는 말을 거듭하며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경기 후 수원FC 김은중 감독은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반복해서 드러냈다. 실점 당시 제주의 코너킥 위치가 반대편이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벤치에서는 판정 항의로 경고 2장이 나왔다. 김 감독은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라며 "누가 홈인지 모를 정도의 판정과 분위기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정 논란과 별개로, 수원FC는 이날도 선제 실점 이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시즌 1무 7패. 안데르손의 여름 이적이 유력한 상황에서, 김 감독에게는 자원과 시간 모두 여의치 않은 형국이다.

제주는 이날 승리를 통해 시즌의 방향을 다시 설정했다. 혼란스러웠던 팀 구성과 부진했던 결과 속에서도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았고, 이창민과 이탈로라는 구심점이 명확해졌다. 포기하지 않은 팀의 태도는 수원 원정이라는 쉽지 않은 무대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고, 그 결과는 순위 반등이라는 숫자로 돌아왔다.

아직 시즌은 절반이 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의 결과는 흐름을 바꾸고, 흐름은 결국 시즌을 바꾼다. 제주는 이제 다시 자기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수원에서의 이 한 걸음이,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은 분명히 살아 있다. 무승의 그림자를 밀어낸 자리에서, 제주가 진짜 시즌을 시작했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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