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대선투표부터 자녀와 함께 온 부모도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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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과 경기도 등 전국 곳곳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사전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우리나라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서" 등 저마다 의미를 담아 투표했다.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4·여)는 "출근 전 잠시 들려서 투표하고 이제 출근하러 간다.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데 고민이 많이 됐다. 대선 이후 우리나라 상황이 좋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녀를 포대기에 감싸 안은 채 사전투표소를 찾은 30대 전모씨는 "지난 대선 때는 아이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생긴 후라서 아무래도 아이를 보며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투표했다"며 "이번 대선 투표에서 정책 방향보단 상대방 네거티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상당히 아쉬운 부분도 있다. 어린 아이들도 보는 대선 토론 방송인데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사전투표소에 배치된 선거 사무원들의 부축을 받고 투표소로 항하기도 했다. 지모씨(79)는 "원래 주소지는 옆 연희동이지만 빨리 투표해야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는 생각에 첫날 오전 방문했다"며 "이제 할 일을 해 후련한 기분"이라 말했다.
생애 첫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는 대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화여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정모씨(20·여)는 이날 오전 9시 1교시 수업을 듣기 전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정씨는 "대통령 선거 투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무래도 총선보다는 고민이 많이 됐지만 그만큼 뿌듯하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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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씨(47)는 "요즘 나라 돌아가는 걸 보면 참 어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출근 전에라도 꼭 투표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라도 제 의사를 표현해야 할 것 같아 급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서현유스센터 인근 아파트에서 거주 중인 김모씨(56)도 "그동안 정치가 국민을 위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며 "나라가 어디로 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투표만큼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사전투표소 안에는 분당구청에서 배정한 공무원 투표관리관과 함께 자원봉사자, 참관인들이 배치돼 투표 절차 전반을 모니터링했다. 특히 시민들 눈에 띄는 위치에 선 정당 추천 참관인들은 눈을 떼지 않고 기표소와 투표함 주변을 지켜보며, 현장 상황을 꼼꼼히 기록하며 시민들을 안내했다.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온 박모씨(64)는 "정치가 말이 아니다. 내란 얘기, 권력 쥔 사람들끼리 벌이는 싸움 등 우리가 옛날에 독재와 싸울 땐 이런 게 없어 투표하러 나왔다"며 "손자가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보면서 '왜 이렇게 혼란스럽냐'고 물을 때면 뭐라고 말해줘야 하나 참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한 표라도 제대로 행사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아침부터 나왔다. 지금은 힘이 없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나라 방향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아쉬움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한편 21대 대선 사전투표는 29~30일 양일간 전국 3568곳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