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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hy, 장터에서 시작된 K-유산균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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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06. 04. 17:26

HY
hy CI
최근 hy 연구소 연구원들이 전국의 전통시장을 직접 돌아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치·젓갈·메주 같은 발효 식품 속에 살아 있는 유산균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하네요. KTX는 기본이고,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지역은 직접 운전까지 해 찾아가는 노고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밥집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가 괜찮다 싶으면, 사장님께 직접 담근 것인지 확인하고 맞다면 바로 사서 연구소로 가져갔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모은 발효 시료들은 단순한 샘플을 넘어 하나의 제품이 되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가장 특별했던 사례는 전통 동동주에서 발견한 유산균입니다. hy는 이 균이 간세포를 보호하는 데 탁월하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숙취해소용 발효유 '쿠퍼스'를 개발했습니다. 술에서 유래한 균이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 흔치 않은 케이스지만, 동물세포 실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했고, 결과는 특허와 논문으로도 이어졌다고 합니다.

젓갈에서 발견된 균도 흥미롭습니다. 염도가 매우 높은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부터 다른 균과는 달랐는데요, 이 균은 적은 자원으로도 빠르게 증식하고 유통 중에도 생균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았습니다. hy는 이 균을 장 건강 발효유에 적용하고 있고 제조 비용과 안정성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hy가 강조하는 건 단순히 균의 수치가 아닙니다. 생균이 유통기한까지 얼마나 살아 있느냐, 바로 이 부분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해요. 예를 들어 '야쿠르트XO'에는 65㎖ 한 병에 최대 400억 CFU의 유산균이 들어가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내세우는 '100억 유산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hy는 이런 숫자 자체보다도 '끝까지 살아 있는 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술력에서 오는 자신감이죠.

이런 제품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hy의 생산 인프라가 있습니다. 평택·천안·논산 등 국내 주요 거점에서 연간 8억병 이상의 액상 발효유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요, 세계적으로도 드문 수준의 대량 생산 체계라고 합니다. 글로벌 시장이 아직도 분말·건조형 중심이라면, hy는 액상형에 집중해 맛과 흡수력, 기능성까지 잡는 전략을 택한 셈입니다.

hy는 이 모든 과정을 바탕으로 'K-프로바이오틱스'라는 브랜드 개념을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원래 유럽에서 출발한 프로바이오틱스 개념을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과 연구 기술로 재정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K-푸드, K-뷰티처럼 K-프로바이오틱스도 세계 시장에서 신뢰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게 hy의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hy가 유산균을 대하는 방식 자체였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시장 흐름에 맞춰 제품을 기획하는 반면, hy는 직접 현장에서 균을 발굴하고, 실험을 통해 효능을 입증한 뒤 자사 기술로 제품화하는 과정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균은 현장에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균을 끝까지 살려내는 기술력, '신뢰할 수 있는 유산균'을 만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의 연구와 사람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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