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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업 이동기 디렉터, 김형태 대표. /김휘권 기자 |
"최적화의 적이 바로 나였죠. 한 번 최적화가 끝나면 풀을 심고 돌을 깔고 벽화도 그렸어요."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의 말에는 특유의 유머와 뚝심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이미 콘솔에서 찬사를 받은 액션 RPG '스텔라 블레이드'가 PC로 무대를 옮겼다. 이번 이식은 집착에 가까운 완성도로, 단순한 포팅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스팀 출시와 동시에 동시접속자 18만 명을 돌파했고 평가 역시 '압도적으로 긍정적'으로 집약됐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개발팀만의 '끝장 디테일'이 자리했다.
13일 서울 강남 시프트업 본사에서 만난 김형태 대표와 이동기 테크니컬 디렉터는 PC판 개발 과정과 현장의 긴장, 작업에 쏟아부은 고집을 숨김없이 풀어놨다.
김형태 대표는 "밀도와 퀄리티가 올라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풀을 심고 돌을 더했고 그러다 지나치면 배경팀에 혼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런 집요함은 실제 모델이 의상을 입고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 3D 클라우드 포인트로 모델링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김 대표는 "옷을 그대로 스캔해야 지방 분포, 주름, 천의 질감, 묘한 굴곡까지 살아나고 이는 툴로는 흉내낼 수 없는 디테일"이라며 아트팀의 수작업 과정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PC 유저 환경은 콘솔과 달리 훨씬 복잡하다. 이동기 테크니컬 디렉터는 "콘솔은 사양이 고정돼 있지만, PC는 하드웨어와 환경이 너무 다양하다"며 "수백 가지 조합에서 최적화를 맞추기 위해 프로파일링, 테스트, 반복 점검을 쉼 없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래픽 옵션, DLSS·FSR 같은 최신 업스케일링 지원, 키보드 커스터마이즈, 저사양 유저를 위한 옵션 세분화까지 ‘모두를 위한 쾌적함’을 목표로 설계가 이어졌다.
스팀덱과 UMPC 등 휴대용 기기 최적화도 중요한 과제였다. 스팀덱에선 UI가 너무 작게 보일 수 있어 해상도별로 HUD가 자동 전환되도록 설계했고, 메모리 사용량도 크게 줄였다는 것이 이동기 디렉터의 설명이다.
김 대표 역시 "회사 내부에서 우연히 스팀덱으로 테스트해본 뒤,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최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PC판 공개 직후 유저 커뮤니티는 금세 '모드 제작' 열기로 들썩였다. 하지만 개발팀이 준비한 물리엔진과 의상 구현의 섬세함은 쉽게 흉내 낼 대상이 아니었다.
이동기 디렉터는 "의상마다 컨트롤러를 넣어 각도와 움직임을 모두 수작업으로 조정했고 한 명이 혼자 하긴 벅찰 만큼의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모더들이 아직은 오피셜을 따라오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더 창의적인 결과물로 공식팀과 진검 승부를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특유의 농담도 곁들였다.
이번 PC판과 함께 출시된 '승리의 여신: 니케' DLC도 화제를 모았다. 김 대표는 "홍련의 표정 연기는 스스로 봐도 인상적"이라면서 "미니게임, 숨은 요소, 밈 패러디까지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DLC는 본편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감각과 강함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도로롱 캐릭터 도입 역시 팬덤과 개발진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밈이 공식 콘텐츠가 되면 생명력이 떨어질까 걱정도 있었지만, 워낙 반응이 좋아 원작자로부터 저작권을 정식으로 구입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모델링 팀에서 도로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퀄리티가 잘 나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향후 계획도 구체적으로 나왔다. 김 대표는 "원래 DLC로 기획했던 부분이 규모가 커지면서 차기작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됐다"며 "기존 세계관의 일부를 계승하되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로 확장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김형태 대표는 "PC 유저들의 오랜 기다림에 보답하고 싶었고 내실을 다진 만큼 전보다 훨씬 풍성하고 깊어진 게임이 됐다"며 "모두 엔터테인먼트이자 유희, 여가로서 즐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동기 디렉터도 “유저 피드백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살피고 있다"면서 "문제점은 빠르게 고치고 1회차부터 3회차까지 다양한 보상과 패치를 준비했으니 충분히 즐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