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을 오랜 시간 응시해온 화가 한희원(70)이 개인전 《The Silence That Speaks —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를 열고 관객을 고요한 성찰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번 전시는 6월 13일부터 7월 10일까지, 서울 MOMA K GALLERY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희원의 회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극적인 장면이나 현란한 상징도 없다. 대신 오랜 시간 자신과 마주해온 내면의 시선이 화면 가득 배어 있다. 그림 앞에 선 관객은 설명 대신 멈춤과 침묵, 그리고 저마다의 기억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죽음과 삶을 논하고 표현하는 철학과 예술이 관념으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끝없이 바라보는 절실함이 필요하다.”
작가의 이러한 철학은 그의 오랜 작업 전반을 관통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삶의 결을 통과하며 축적된 감정과 사유가 고요한 농도로 화면 위에 응축돼 있다. 절제된 붓질과 간결한 구도, 침묵 속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의 잔향은 말보다 깊은 울림으로 관객을 향한다.
한희원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림속에 그려지지 않은 것, 비워낸 자리를 통해 관객은 스스로의 상실과 온기,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조용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라는 이번 전시 제목은 바로 그 침묵의 언어를 대변한다.
1955년 광주 출생인 한희원 화백은 조선대학교 미술교육과를 1979년 졸업한 후, 70여 회의 개인전과 300회가 넘는 단체전에 참여해 왔다.
그의 작품은 광주시립미술관, 함평군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전시·소장되었으며, 현재는 한희원미술관 관장으로서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굿모닝양림축제 조직위원장, 양림골목비엔날레 집행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광주 지역의 문화예술 기획과 육성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거창한 메시지를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을 때 밀려오는 조용한 감정의 기류처럼, 말없이 오래 남는 감동을 관객에게 전한다. 그림 속 인물의 시선은 말이 없지만 깊고, 비워진 배경은 침묵하지만 묵직하다. 그 앞에 선 관객 또한, 자신만의 존재와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