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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의 연금개혁…하지만 국민 인식은 ‘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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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환 기자

승인 : 2025. 06. 18. 08:55

개혁 찬성하지만 '보장·안정' 모두 원해
연금 수급연령 늦추기…세대별 찬반 극명
모수개혁 끝났지만…구조개혁 더 큰 숙제
윤 대통령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연합
18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안이 확정됐지만, 이런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기 불과 몇 달 전, 국민연금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개혁 방향을 놓고 심각한 혼선이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금 혜택 확대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위한 강력한 개혁에도 찬성하는 '상반된 요구'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앞으로 추진될 2단계 구조개혁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8일 국민연금연구원이 연금 개혁 논의가 활발했던 지난해 8월 가입자 2821명을 상대로 진행한 '제도 관련 인식 및 태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가입자 10명 중 9명 이상(92.7%)이 "연금 개혁이 시급하다"고 응답해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는 압도적 공감대가 있었다.

문제는 개혁의 '방향성'이었다. 당시 공론화위원회가 채택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방안에 '찬성한다'고 답한 그룹(56.43%)은 연금 혜택 확대에 대한 선호가 분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4점 척도(4점에 가까울수록 강한 찬성)로 측정한 찬성 정도를 살펴보면, 이들은 역설적으로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찬성도 2.87점) △기존·신규 가입자를 나누는 '신구연금 제도' 도입(2.92점) △납입액과 이자만큼만 지급하는 '확정기여형(DC) 전환'(2.78점) 등 강력한 재정 건전성 방안에 대해서도 높은 지지를 나타냈다.

이는 공론화 결과에 반대하거나 모르겠다고 답한 그룹보다 모든 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은 수치로, 연금 혜택 확대를 원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급여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재정안정장치에도 동시에 찬성하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연구진은 "가입자들이 복잡한 개혁안의 세부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장'과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추상적으로 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논의 과정에서 세대 간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충돌했다.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늦추는 방안에 대해 당장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낮은 30대 이하 청년층의 찬성 수준(4점 만점 평균 2.42∼2.62점)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은퇴가 임박한 40대 후반 이상부터는 평균 2.08∼2.20점까지 하락하며 반대 의견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보험료 인상 속도를 연령별로 차등 적용하자는 제안 또한, 보험료 부담이 더 클 수 있는 40대(평균 2.58~2.64점)보다 청년층(20∼30대, 평균 2.83∼3.02점)의 지지도가 훨씬 높게 측정돼 세대별 손익이 태도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

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정책으로는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31.9%)이 1순위로 꼽혔다. 이어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20.2%), '출산크레딧'(18.6%) 순이었다. 특히 청년층은 출산크레딧을, 중장년층은 실업크레딧을 선호하는 등 자신의 생애 단계별 특성에 따라 정책 선호도가 나뉘는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보장성 강화와 재정 안정화에 대한 선호가 혼재된 양상에 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수용도 높은 개혁을 위해서는 다양한 개혁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되고, 세대·계층 간 갈등을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여론의 혼재 속에서 국회는 결국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소폭 조정하는 '모수 개혁'으로 출발점을 잡았다. 하지만 2024년 당시 가입자들이 보였던 '복합적 인식'은 향후 정부가 추진할 기초연금·퇴직연금 연계 등 2단계 '구조 개혁'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조사 결과를 보면 가입자들은 자동안정화장치나 확정기여형 전환 같은 생소하고 복잡한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찬성하는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개혁안의 득실을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 없이는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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