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위반 해당… 손배 청구 가능 실제 소송까지 가는 일은 드문 편 예측 어렵고 피해규모 산정 힘들어 제작진-출연자 상호 신뢰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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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플러스·ENA
연애 리얼리티 예능 ‘나는 솔로’ 출연한 30대 남성이 최근 여성을 성폭행 한 혐의로 구속, 검찰에 송치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반인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중범죄 혐의가 불거진 것은 이례적이다. 해당 출연자의 사생활 문제로 인해 프로그램에 타격이 발생한 경우, 방송사나 제작사 측에 법적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 문제가 된 출연자 A씨는 프로그램 출연 당시 별도의 범죄 전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송 이후 과거 혐의가 드러난 경우에도 그에 따른 논란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방송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출연자 계약서의 세부 내용은 원칙상 비공개지만, 유튜브와 블로그 등에 공개된 ‘나솔’ 출연자들의 후기를 종합하면 제작진은 방송 전 심층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 등 개인 과거사까지 질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결혼·사실혼 여부, 범죄 이력, 정신질환 병력, 타 방송 출연 여부 등을 확인한다. 이 외에도 사생활로 인한 이미지 훼손, 촬영 후 6개월 이내 다른 데이팅 프로그램 출연 금지, 방송 내용 사전 유출 금지, 촬영 도중 무단이탈 금지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PD 출신인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은 "제작진이 출연자에게 계약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는 소송까지 가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메일 답변을 통해 "통상 연예인의 경우 출연료의 2~3배 이상을 위약벌로 청구할 수 있지만, 일반인 출연자에게는 이 같은 의무를 요구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촬영 후 발생한 출연자의 불법 행위는 예측하기 어렵고 그 손해 규모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재판부에서도 이를 고려해 보통 연예인들보다 훨씬 낮은 액수로 강제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프로그램 방영 도중 성폭력 혐의로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온 A씨의 경우, 유튜브와 OTT 등에서 그가 나온 시즌 영상 대부분이 빠르게 삭제됐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예능 프로 한 편당 제작비가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한다. 내용 일부를 편집해 회차 구성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작업이 번거롭고 내용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무형의 손해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고, 프로그램의 신뢰도나 명예 훼손 등의 부분은 더 평가하기 어렵다"며 제작진이 영상을 모두 내린 이유를 짐작했다.
그렇다고 제작진이 일반인 출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통제할 수는 없다. 출연자의 잇따른 일탈이나 범죄 행위로 검증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대체 어느 정도까지 개입해야 할까.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결국은 상호 간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범죄 이력처럼 예민한 부분은 제작진이 출연자와 함께 직접 조회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사전에 충분히 리스크를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연 후 논란이 불거지면 제작진뿐 아니라 출연자에게도 큰 부담"이라며 "이러한 검증은 시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