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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AI’ 전면에 내걸었지만…통신업계, ‘돈버는 AI’는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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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5. 07. 04. 14:28

SKT·KT, 자체 AI 모델 오픈소스로 공개
정부 '소버린 AI' 정책 기조에 발맞추기
AI 수익화 전략 차질 전망, '총대 메기' 눈치
[SKT 보도자료] SK텔레콤, 에이닷엑스 4.0 지식형 모델 오픈소스로 공개-1
/SK텔레콤
통신3사 간 국내 AI 생태계 주도권 경쟁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이어 KT까지 선봉장격인 자체 AI 모델(SK텔레콤 '에이닷'·KT '믿:음'·LG유플러스 '익시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3사 AI 경쟁구도도 한층 치열해졌다. 다만 올해 각 사가 강조했던 '돈버는 AI' 전략은 일정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 정부가 '소버린(주권형) AI'를 핵심 정책 기조로 삼으면서 당장 수익화보다 대중화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4일 KT에 따르면 이날부터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믿:음 2.0'의 오픈소스를 AI 개발자 플랫폼 허깅페이스를 통해 공개한다. 이 오픈소스는 기업과 개인, 공공 누구나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약 없이 개방된다. 앞서 KT는 지난 3일 언론 대상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믿음 2.0을 공개했다. 이는 KT가 2023년 출시한 믿음 1.0의 상위버전이다. 한국의 사회적 맥락과 같은 무형 요소와 한국어 고유의 언어적·문화적 특성 등을 학습해 국내 환경에 최적화됐단 게 KT 평가다.

SK텔레콤 역시 전날 허깅페이스에서 한국어 특화 LLM '에이닷 엑스 4.0'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현존 LLM 중에서도 최상급의 한국어 처리 효율성을 갖추고 있으며, 데이터 보안을 고려한 설계와 로컬 환경에서의 운영 가능성 등이 강점이다. 이번 오픈소스 공개를 통해 기업들은 파생형 모델을 개발할 수 있고, 연구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기업들이 자체 환경에서 AI 기술을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양사의 이 같은 행보는 현 정부의 소버린 AI 정책 기조와 발을 맞추기 위함이다. 이는 외부 기술의 의존 없이 자체적으로 AI를 개발·운영해 데이터 주권과 기술 독립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질적인 소버린 AI 구현을 위해선 AI 이용 저변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양사가 오픈소스 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모든 국민이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 추진을 강조한 바 있다.

통신업계는 AI 대중화를 통해 소버린 AI 구현에 기여한단 방침이지만, 수익화 고민에 속내는 복잡해졌다. 통신3사는 일찍부터 AI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대규모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해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왔다. 주력인 무선 사업이 1~2%대 매출 성장을 이어가면서 캐시카우가 절실해진 탓이다. 각 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무선 사업 매출은 SK텔레콤 10조6700억원, KT 6조9599억원, LG유플러스 6조4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1.3%,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신3사 CEO들도 올해를 AI 수익화의 원년으로 삼고, 이른바 '돈버는 AI'에 나서겠단 의지를 드러내왔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올해 3월 MWC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돈버는 AI를 시작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로 가장 먼저 돈을 벌고, AI B2B로 돈을 벌고, 마지막으로 AI B2C로 돈을 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소버린 AI와 AI 대중화를 재차 강조하는 상황에서 당장 수익화를 검토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자사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부분 유료화를 연내 추진하려고 했지만, 최근 일정을 잠정 연기하는 쪽으로 입장을 돌렸다. 최윤호 LG유플러스 AI 에이전트추진그룹장은 지난달 AI 에이전트 '익시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익시오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로 자리잡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불 가치와 수용성 있는 기능이 추가되면 유료화를 검토할 것이고, 시기나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는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며 공공사업 수주를 노리는 동시에, AI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수익화 확대 방안을 살핀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AI 수익화라는 총대를 메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3사 모두 정책과 관련 인사 동향을 면밀히 살핀 후 구체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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