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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불경과 저승 심판관들 그림, 일본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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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7. 08. 09:53

국가유산청·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고려 사경·조선 전기 불화 환수
사진1-2_표지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 표지. /국가유산청
부처의 가르침을 담은 고려시대 불교 경전과 조선 전기에 그려진 귀한 불화가 일본에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와 '시왕도' 등 2건을 최근 일본에서 환수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8일 밝혔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은 고려 후기인 1334년에 제작됐다. 짙은 청색 종이에 금가루를 아교풀에 개어 만든 안료로 정성스럽게 필사됐다. 경전의 주인공은 '정독만달아'라는 인물이다. 고려 충렬왕 시대에 원나라로 건너가 관직에 오른 환관이었던 그는 부모와 황제의 은혜에 감사하며 이 사경 작업을 완성했다고 발원문에 기록돼 있다.

총 길이 10.9미터에 달하는 이 경전은 예술적 가치도 뛰어나다. 표지에는 금·은빛 연꽃 5송이가 넝쿨무늬에 감싸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며, 경전 내용을 압축한 변상도에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한 설법 장면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시왕도 전체 10폭
'시왕도' 전체 10폭. /국가유산청
함께 환수된 '시왕도'는 조선 전기 불교 회화 수준을 보여주는 명품이다. 저승에서 망자의 생전 행실을 심판하는 10명의 시왕을 각각 그린 이 작품은 현존하는 조선 전기 시왕도 완질본 중 국내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로 66cm, 세로 147cm 크기의 비단에 그려진 각 폭은 시왕 한 명과 지옥 장면을 담고 있다. 특히 염라왕 그림에서는 북두칠성이 그려진 관을 통해 죽음을 관장하는 권위를 표현했으며, 변성왕 그림에서는 '연화화생'이라는 불교적 사상을 시각화한 독특한 장면이 등장한다.

두 문화유산의 환수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고려 사경은 지난해 10월 고미술을 거래하는 일본인 소장자가 재단에 먼저 연락을 해왔고 이후 조사·협상을 거쳐 올해 4월 국내로 들여왔다. 소장자는 2023년 일본의 한 경매에서 유물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전기 시왕도는 2023년 8월 일본 경매에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해 낙찰에 성공했다. 소장자는 약 20년 전 재일교포였던 부모님으로부터 한국 유물을 다수 상속받았다고 한다.

국가유산청은 복권기금을 활용해 이들 문화유산을 환수했으며, 앞으로 국민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환수는 고려와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성과"라며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6 변성왕도
제6 변성왕도. /국가유산청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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