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지도·연동성 확보 겨냥한 전략적 출원 행보
상표권 출원 속도전에 “기반도 없이 앞서간다” 지적
|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KB국민은행과 국민카드, 신한금융, 하나은행, iM뱅크, IBK기업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주요 금융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수백 건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토스뱅크가 'KRWTBK' 등 48건으로 가장 많은 상표권을 확보했고, 케이뱅크는 'K-STABLE', 'KSTC', 'KBKKRW' 등 티커 기반 조합으로 선점에 나섰다. 국민은행도 'KBKRW', 'KRWKB' 등을 포함한 32건을 출원하며 대응 중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움직임을 단순한 법적 권리 보호가 아닌, 향후 유통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나 지갑·거래소 연동에 따른 실사용 우위를 고려한 전략적 조치로 보고 있다. 특히 'KRW', 'KST', 'WON' 등 발행 통화와 직결되는 명칭을 중심으로 티커(Ticker) 기반의 조합이 출원되며, 향후 시장 내 명칭 표준 주도권을 염두에 둔 흐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상표권 확보가 실제 유통 구조나 정책 환경이 정비되기 전에 과도하게 선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실사용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칭 확보 경쟁이 자칫 시장에 과도한 기대만 유발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최근 증권가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질 수요와 유통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분석도 나온다. 상상인증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정부의 정책적 규제 완화에 따라 추진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수요가 부재한 상황에서 필요성이 강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신용카드와 간편결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거래 수단으로 활용할 유인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상표권 선점 움직임에 앞서, 제도적 기반과 실질적 운용 구조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된다.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상표권 중심의 경쟁이 실체 없는 선점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다.
손재성 숭실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고, 제도 설계도 미완인 상황에서, 상표권 확보 경쟁이 실체보다 앞서 나가는 양상은 우려된다"며 "상표 선점보다는 먼저 준비자산의 운용 구조와 담보 기반, 수익 모델을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