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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 |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군대(주한미군)에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 정부가 약 50%를 분담하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를 전액 부담하는 수준까지 증액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방위비를 한꺼번에 두 배 올려달라는 요구도 과도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분담금의 9.7배인 연간 100억 달러(13조7000억원) 방위비를 또다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에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실제 전화 한 통화로 한국이 30억 달러(4조1106억원)를 내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보다 훨씬 부풀려진 주장이다. 2019년 11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SMA) 협상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100억달러가 아닌 50억달러(당시 5조7000억원)로 인상을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가 수용하지 않았다. 협상은 2년간 끌다가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 직후인 2021년 타결됐다. 그해 우리나라 분담금은 직전 2년보다 13.9% 인상된 1조1833억원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4만5000명으로 잘못 얘기하는 실수도 반복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질러놓고 보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략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대로 안보를 지렛대 삼아 관세와 무역장벽 등 통상현안을 일괄 타결하려는 '원스톱 쇼핑'안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은 가연성 높은 이슈여서 우리로선 매우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 주한미군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미국이 중시하는 중국 견제 등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 만큼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전액을 떠안아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는 분명 어폐가 있다. 정부는 이런 점을 미국 측에 분명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안보와 통상 '패기지 딜' 타결을 위해 우리가 일정 부분 방위비 인상을 수용하더라도 한·미 동맹을 해치는 수준은 곤란하다. 우리 정부로선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다'는 유연한 협상전략을 토대로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전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