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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중국발 에너지 공습…우리 산업,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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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7. 13. 08:07

"중국이 신에너지 산업에 투자한 금액이 1473조원입니다. 억 단위도 아니고, 조 단위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미래산업포럼에서 산업계 인사가 한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중국은 태양광, 풍력, 배터리,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전 분야에 걸쳐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최근 5년간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제조업은 고용과 기업 수가 모두 줄었다. 단순한 투자 격차가 아닌, 산업 전략의 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조업이 탄소집약 구조에서 벗어나 신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그 전환의 '골든타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계는 에너지 소비자 입장에서의 구조 전환을 위해 수요자 중심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이런 사이 중국은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태양광 밸류체인에서는 폴리실리콘부터 모듈까지 모든 단계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배터리 분야 역시 CATL과 BYD 등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수소환원제철, 자가발전 등 다양한 분산형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제도와 규제는 여전히 20년 전 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지적이다.

중국이 에너지 산업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핵심 기술 국산화, 고효율 설비 개발, 디지털 에너지 전환 등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전폭적으로 지원한 정책이 있었다.

반면 한국은 이제서야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을 내걸고 전력망과 계통망 확대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는 한반도 전역에 걸쳐 발전지와 수요지를 직접 연결하는 에너지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가 주로 생산되는 지역과 수요가 많은 지역을 연결하기 위해서다.

에너지업계는 논의의 시작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미 산업계는 수년 전부터 재생에너지 확보에 나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값싼 전기가 아니라, 에너지를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다. 과거 한국 산업이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기반 위에서 성장했듯, 재생에너지 기반 신산업도 전략적 지원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한편 대통령실은 10일 RE100 산업단지를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는 지역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도 당장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급 인프라 확보,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 특히 전력망 확대는 수십 년이 걸리는 장기 과제로, 지금이야말로 골든타임이다. 정부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투자와 제도 정비, 기술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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