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반려동물은 금융상품 혜택 받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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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다양한 반려동물 보험과 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상은 개와 고양이에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류와 파충류 등 그 외 비주류 반려동물은 사실상 금융상품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험사들은 개와 고양이에 비해 수가 적고,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련 상품 출시를 꺼리고 있다.
13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반려 인구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2024년 말 기준 1546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반려견을 기르는 인구는 1196만명, 반려묘는 346만명으로 집계됐다. 기타 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약 4만명이다. '향후 반려동물을 키울 계획이 있다'는 응답도 37.6%에 달해, 반려 인구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늘어나는 반려동물과 관련 지출 증가를 겨냥한 금융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보험사들은 '펫보험'을 앞세워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고, 은행권도 반려동물 관련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펫적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러한 펫금융 시장에 대한 반려인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펫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한 반려 가구 비율은 2018년 41.1%, 2021년 39.1%, 2023년 65.9%, 2024년 66.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펫금융 상품과 서비스가 반려견과 반려묘에만 국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보험사들이 출시한 반려동물 대상 상품은 모두 '펫보험' 또는 '반려동물보험'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가입 대상은 개와 고양이로 한정돼 있다. 그 외 반려동물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현재 시장에 없다. 이들 보험사 모두 "현재는 개와 고양이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적금 상품의 경우 종에 관계없이 가입이 가능하지만, 부가 혜택은 대부분 개·고양이 중심이다.
보험사들은 특수 반려동물의 진료비가 비쌀 뿐더러, 의료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정확한 보장 범위를 산정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상품 출시를 꺼리고 있다. 해부학적 특성 때문에 설치류나 조류 등은 일반적인 반려동물보다 진료 난도가 높고, 비용도 크다는 설명이다. 이윤미 펫보험 플래너는 "아직 한국에서 특수 동물의 의료 데이터가 부족하고, 치료 보고도 확실하지 않아 보험사들이 정확한 보장 범위 설정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선 특수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을 시범 운영 중에 있다. 미국의 보험사 네이션와이드는 지난 2020년부터 실손 보험 형태로 특수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보험 상품을 출시했고, 호주의 보험사 펫커버 역시 파충류와 조류, 소형 포유류를 위한 보험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윤미 플래너는 "아직 국내 보험업계에서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수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