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C 사업 로드맵’ 새롭게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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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회사는 전기차 충전기(완속·급속) 계약 규모를 4500기(2023년)에서 2만기(2026년)로 늘린 후 2030년까지 4만기로 재차 확대하겠다는 EVC(전기차충전기) 사업 로드맵을 새롭게 제시했다. 지난해 EVC 사업 로드맵에선 내년까지의 목표를 담았는데, 이번엔 2030년까지의 목표를 이번에 새롭게 추가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본격화됐지만, 전기차 충전기 시장이 밝다는 점을 근거로 기존 로드맵을 수정했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3만4714기(2020년)에서 39만4132기(2024년)로 급증했다. 지난 11일 기준 누적 충전기 규모는 41만7437기에 이른다.
정부는 전기차 시장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123만기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지원 사격에 나선 상태다. 2023년 당시 정부가 2030년 전기차 420만대 보급을 대비해 약 24만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하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7년 만에 5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충전기 1기당 전기차 1.7대를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증가폭은 더욱 커진다. 정부 계획대로 전기차 등록대수가 68만4244대(2024년)에서 420만대(2030년)로 늘어나면, 전기차 충전기는 총 247만588기로 증가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6년 만에 전기차 충전기가 6배 이상 증가한다는 뜻이다.
한화큐셀·LG전자·KT 등이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들 업체들과 출발점이 다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략에 맞춰 인프라를 확보하고, 신사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제 2022년 당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30년까지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144만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자산관리사업부 내 EVC팀을 신설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후엔 기존 로드맵에 맞춰 2023년엔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과 전기차 공공 충전시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같은 해 전기차 충전기 총 4500기를 계약했다. 지난해엔 누적 운영 전기차 충전기를 약 7100기로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은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경쟁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자체 아파트 단지에 설치할 수 있고 같은 그룹사인 현대건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관련 시장이 커질수록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전략은 지난해 11월 현대엔지니어링 수장으로 취임한 주우정 대표로 인해 더욱 속도를 올리고 있다. 취임 후 기술 역량 강화와 함께 에너지 전환 및 친환경 신사업 분야를 강화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주문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이 자산관리사업부 내 주요 신사업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이는 주 대표가 대표적인 현대차그룹의 재무통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숫자에 밝은 재무 전문가였기에 가능했다.
아파트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요 공략 대상 중 하나다. 소비자가 전기차 충전시설을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며, 총 주차면수 대비 5%(신규 아파트) 또는 2%(기존 아파트) 이상 의무적으로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주거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단지 설계 단계부터 충전 솔루션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연간 수천 여 기의 전기차 충전시설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 현대차·기아, 우리관리와 '아파트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 협력'을 위한 3자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E-CSP)을 아파트 충전기에 적용키로 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소비자들은 집에서 가깝고,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곳을 원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북상할수록 이 같은 니즈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지역별 충전기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기준 '전기차 1대당 충전기 구축' 현황을 보면 강원도(1.15기) 등은 전국 평균(0.65기)보다 높은 반면, 서울시(0.55기) 등 수도권은 평균이거나 이에 못 미친다.
앞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정부기관, 공장·업무·상업·주거시설, 주차장 등 생활시설 전반을 대상으로 공급하고,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충전 사업 시장 내 톱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미·인도네시아·인도·유럽 등 해외에서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 증가와 함께 핵심 인프라인 전기차 충전기의 신속한 구축은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사회적 선결과제"라며 "2023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면, 2024년부터는 사업영역을 전기차 충전기의 모든 밸류체인으로 확대하고, 해외까지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