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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관광 즐기세요”… 암호화폐 왕국 부탄의 대담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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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7. 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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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국민총행복지수(GNH)'로 알려진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이 비트코인 채굴과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대담한 실험을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부탄은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정부 주도로 전국적인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선보였다. 부탄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비자 수수료부터 항공권·호텔 객실과 사원 등 관광지 입장까지 거의 모든 비용을 디지털 화폐로 지불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페이와 부탄의 DK은행이 협력한 이 시스템은 두 달 전 100여 곳에 불과했던 참여 상점이 현재 1000곳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부탄을 찾은 관광객이 바이낸스페이로 암호화폐를 지불하면 상인들은 즉시 현지 통화인 눌탐으로 정산받는다.

리처드 텡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이 바이낸스페이를 통해 암호화폐로 결제하면 상인들은 즉시 현지 통화인 눌탐으로 정산받게 된다"면서 "암호화폐의 고질적인 문제인 변동성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CMP는 "수도의 번화가부터 조용한 시골마을의 수공예품점·홈스테이·식당 등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에야 TV와 인터넷을 도입한 부탄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선두 주자로 나선 배경에는 국가 차원의 치밀한 전략이 있었다. 부탄의 국부펀드인 '드루크 홀딩스 인베스트먼트(DHI)'는 이미 2018년부터 비트코인 채굴을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며 주요 수입원인 관광 산업이 타격을 받아 경제 위기가 불거지자 부탄 정부는 부탄의 풍부한 수력발전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그렇게 부탄은 풍부하고 저렴한, 친환경적인 히말라야의 수력 발전을 이용해 비트코인 채굴에 나섰다.

오늘날 부탄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는 약 12억 8000만달러(약 1조 7657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주로 해킹 등을 통한 사이버 공격으로 암호화폐를 끌어 모은 북한을 제외하면 세계 5위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공무원들의 사직과 이탈이 이어지며 골머리를 썩던 부탄은 2023년 공무원 급여를 50% 인상하기 위해 1억 달러(1379억 5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각했다. 그 결과 2024년 1분기 공무원들의 사직 건수는 전년 동기 약 1900건에서 500건으로 급감했다. 암호화폐가 국가 재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 사례다.

부탄 정부는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이 디지털 노마드나 친숙한 젊은 여행객들을 끌어들일 매력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탄 정부는 하루 200달러(약 27만 6000원)였던 일일 관광세를 2027년 8월 말까지 100달러(약 13만 8000원)로 절반 인하했고, 내년까지 방문객 수를 두 배로 늘려 관광 산업의 경제 기여도를 현재의 5%에서 2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담초린진 부탄 관광청장은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이 "부탄이 모든 형태의 관광객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부탄의 새롭고 대담한 실험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68세의 왕디 씨는 "이해하기엔 너무 늙었지만 소외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지 상인들에겐 설렘과 경계심이 동시에 교차하고 암호화폐와 이를 이용한 결제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과 사기 위험을 경고한다. 암호화폐 시장 분석가인 얀 뷔스텐펠트는 "부탄이 비트코인 채굴과 비트코인에 집중했던 방식은 검증된, 성공적인 전략이며 앞으로도 우선순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불분명한 여러 암호화폐들을 허용하다가는 지역 주민들이 쓸모없는 암호화폐들만 떠안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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