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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칼럼] 국방부 대변인실, ‘정권의 입’이 아닌 ‘국민의 귀’가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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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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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최근 국방부 대변인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단순한 '공직기강'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군의 입을 맡은 공식 조직이 더 이상 헌법과 국민이 아닌 정권의 하명에 복무하고 있다는 상징적 사건이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그 존재 자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그러나 그 막중한 역할이 '브리핑을 위한 브리핑'에 그친 채, 정권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진실을 가리거나 왜곡하는 '권력의 메신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국익 중심의 실용 안보'를 강조해 왔다. 동맹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방과 외교, 산업의 연계를 통해 대한민국 안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방부 대변인실이 보여준 일련의 대응은 이 정부의 방향성과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진실을 말해야 할 조직이, 사실 은폐에 가담하고 정권 방어에 몰두하는 것은 국방의 중립성과 공공성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여름 발생한 고(故) 채상병 사망 사건이다. 구조 명령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의혹이 커져가던 와중에도 국방부 대변인실은 "절차대로 진행됐다"는 원론만 반복했다.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의 입장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전한 채, 군 내부 보고 체계와 판단 기준에 대한 설명은 끝내 외면했다. 이러한 대응은 사실상 통수권자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으며, 국민의 알권리는 뒷전이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은 그보다 더 노골적이었다. 광복군과 항일 무장투쟁의 상징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으며 철거를 정당화하려던 시도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실은 단 한 차례도 역사적 고증이나 국민 정서를 반영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의 이념 공세에 무기력하게 동조함으로써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역사적 책임마저 저버렸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지난해 말 불거진 '12·3 내란' 관련 의혹이다. 당시 국방부 수뇌부 일부가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불법적 기획에 최소한 묵인, 최대한 공조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국방부 대변인실은 진상 규명보다 내부 인사 보호에 주력했다. 오히려 '국기문란'을 지적한 인사들을 향해 공세적 메시지를 내놓으며, 본말을 전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모든 사건의 공통점은 '권력 방어'라는 기조 아래 대변인실의 기능이 철저히 변질되었다는 데 있다. 특히 이들 대응의 중심 인물이 특정 사관학교,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점은 군 내부의 인적 네트워크가 공적 책임보다 우선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 이두희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리)은 대변인 및 부대변인과 육사 동기이자 같은 지역 출신으로, 최근 이들에 대한 사실상 보호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감싸기'가 아니라 '책임'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방행정은 정치적 계산보다 헌법과 안보에 충실한 자세에서 시작된다. 대변인실은 단순히 군 조직 내부의 보고 체계가 아니라, 군이 국민과 소통하는 창구다. 그 창구가 왜곡되거나 봉쇄된다면, 국방의 공적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

대한민국은 지금 전례 없는 안보환경의 격변기에 서 있다. 북핵 위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군비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국제 공급망 재편과 디지털 전쟁의 도래는 국방과 산업, 정보의 결합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 대변인실이 해야 할 일은 정권을 위한 해명이나 대응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실 전달이다.

국민 앞에서 당당히 서는 용기야말로 오늘날 대변인이 가져야 할 자질이다. 육사 출신이냐 아니냐, 특정 지역 출신이냐 아니냐는 더 이상 본질이 아니다. 오직 '진실을 말할 수 있는가'가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지금이야말로 '정권의 확성기'가 아닌, '국민의 귀'가 되어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지 말라. 국방부 대변인실의 환골탈태는 국방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진정한 변화는 정권이 아닌 국민 앞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국익 중심 실용 안보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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