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앞두고 포럼서 비전·전략 공유
'메가샌드박스' 강조, 산업외교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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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계엄 난리통의 대한민국에서 국제 사회를 향해 가장 임팩트 있는 정상화 메시지를 날린 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타이틀 '민간 외교관' 최태원 회장이었다. 당시 128개국 세계상의 회장·116개국 주한 외국 대사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식 서한을 보내 한국의 건재함을 알렸다.
재계 2위 대기업 수장이자 39세부터 총수의 자리에서 호령 해 온 관록의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3개월 남은 APEC 정상회의는 단순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범세계적 행사를 치러내는 의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 회장은 전세계 각국의 이른 바 '파워맨', 정상 및 리더들을 호스트의 위치에서 맞이하는 이번 자리를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우리 기업들에 다시 없을 친목의 장이자, 중대한 비즈니스 기회로 만들기 위한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예컨대 국제무대에서 구축한 리더십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CEO들을 직접 한국으로 초청하고, 경주를 중심으로 한 지역 산업의 글로벌 허브화를 구상 중이다.
부산 국제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구 19바퀴 강행군에 나섰을 때 그랬고 전세계를 상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SK그룹이 가장 먼저 솔선수범 했을 때 그랬다. 지금도 우리 국회와 정부, 기업들에 대한민국이 가진 경제·사회 시스템에 혁신을 더하자며 '메가 샌드박스' 이론을 끊임 없이 주창 중이다. 첨단산업을 선도하는 대기업으로서, AI(인공지능)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도 수 없이 내 왔다. 경제계 대표로서 갖는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대한상의 하계포럼 참석차 경주를 찾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경제인 행사 'APEC CEO 서밋' 준비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수많은 기업인들이 모이는 만큼, 최 회장은 이번 포럼에서 APEC 성공 개최를 위한 의지를 다지는 자리로 삼겠단 계획을 세웠다.
특히 이번 하계포럼에서는 올해 APEC CEO 서밋 주제인 '3B(Business, Beyond, Bridge)'에 따라 기업의 혁신전략, 미래 기술, 인문 교양 등 기업인의 인사이트를 일깨우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APEC CEO 서밋 의사봉을 넘겨받으며 '기획자'로 나섰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이자, 가장 권위 있는 연례 비즈니스 포럼으로 알려진 APEC CEO 서밋은 APEC 회원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요 글로벌 어젠다를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1월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며 위원장으로서 "대한민국의 혁신 역량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컸던 시점에서도 최 회장은 국제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대한민국의 '굳건함'을 알리겠다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미국, 유럽, 동남아 등지의 글로벌 테크·제조·금융 CEO들을 대상으로 초청 전략을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이번 APEC CEO 서밋을 단순한 회의가 아닌 산업 연합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에서다.
올 3월 최 회장은 경주를 찾아 행사장 부지와 지역 인프라를 직접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APEC CEO 서밋은 아태 지역의 경제 리더들이 모여 미래 성장과 협력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행사"라면서 "경주·경북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참가자 숙소부터 만찬장, 부대행사 개최지도 두루 살폈다. 이후에도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 참석한 최 회장은 민관이 협력해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만들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업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글로벌 CEO의 참석을 독려하고 나서면서다. 당시 최 회장은 약 780개 기업과 접촉해 초청 등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최 회장은 유럽에서 열리는 비공개 포럼 '구글 캠프(Google Camp)'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포럼은 전 세계 빅테크 기업인과 문화·정치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로, 초청 대상으로 언급되는 엔비디아 젠슨 황, 인텔 팻 겔싱어, 메타 마크 저커버그 등 CEO들도 참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최 회장은 이곳에서 APEC CEO 서밋 참여와 연계된 글로벌 협력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