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녀 입학시 러시아어 능력시험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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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언어의 날'을 제정하고, 국가가 어린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도서 구입을 지원하는 '어린이 책 카드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미성년 외국인 자녀들이 일정 수준의 러시아어 능력을 갖추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14일(모스크바 현지시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웹사이트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오는 10월까지 '러시아 국민 언어의 날'을 제정하라는 내각 지시가 담긴 법령에 지난 11일 서명했다.
현지매체 코메르상트는 '러시아 국민 언어의 날' 제정이 러시아 언어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러시아 국민 언어의 보존과 발전에 기초가 되는 국가정책이라고 논평했다.
바뀐 언어정책에는 국내 및 전 세계에서 러시아어의 발전과 진흥, 러시아 국민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모든 언어에 대한 지원이 포함됐다. 또 전 세계 모든 언어를 러시아어의 키릴 문자 기반 문자로 쓰도록 체계를 구축한다.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높은 도덕적 수준의 러시아어 문학작품 등을 자주 접해 외국어를 쓰지 않도록 가르치고, 이를 위해 국가 언어에 대한 러시아 연방의 통합 교과서를 만드는 것도 국가 언어 정책의 주요 방침 중 하나다.
일간 베도모스티는 러시아어로 대체 가능한 외국어 단어가 있음에도 공식 연설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외국어 단어를 사용하는 행위를 러시아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 러시아어로 쓸 수 있는 외국어 사용을 줄이는 내용이 법령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뱌체슬라프 볼로딘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지난 4일 기업들에 "러시아어 보호법 시행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간판에 있는 외국어 단어를 대체하라"며 "우리 도시의 거리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오는 10월 10일까지 3~6세 자녀를 둔 가족을 위한 '어린이 책 카드' 프로그램의 시행을 고려하라"고 지시했다.
2026년 시작되는 이 프로그램에 따라, 좋은 책을 구입하는 해당 연령대 어린이는 나라에서 3000루블(약 5만3000원)을 지원받는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조치에 따라 자국 거주 외국인의 미성년 자녀의 학교 입학 조건으로 러시아어 능력시험 참가를 의무화했다.
2020년 러시아 정부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176개의 언어가 모국어로 등재돼 있다. 러시아어와 함께 가장 흔한 모국어로는 타타르어와 체첸어, 바시키르어가 있다.
희귀한 모국어로는 아이슬란드어와 케렉어, 유그어, 가봉어, 유이트어가 있다. 아시아 에스키모 언어인 유이트어를 사용하는 러시아 거주자는 딱 1명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