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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수박은 3만원, 배추는 금값…히트플레이션이 삼킨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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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5. 07. 15. 17:15

정문경 증명사진 회사제출 자격증용
이달 초부터 시작된 무더위는 장바구니 가격으로도 빠르게 영향을 줬다. 수박 한 통 가격이 3만원이 넘었고, 배추 한 포기 값이 1주일 만에 1000원 가까이 뛰었다. 멜론과 복숭아, 무, 심지어 닭고기까지 줄줄이 오름세다. 농산물 시장 전체가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에 갇혀버렸다.

히트플레이션은 '열(heat)'과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기후 변화로 작황이 나빠져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이 용어는 몇년 전부터 해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4일 기준 전통시장 내 수박 한 통 평균 소매가는 3만327원으로 3만원 선을 돌파했다. 불과 열흘 전인 4일보다 6000원 넘게 올랐다.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하면 39.8%, 평년보다도 41.8% 비싸다. 배추 가격도 27.4%, 무는 15.8% 상승했다. 멜론과 복숭아도 각각 20% 안팎 올랐고, 닭고기 소매가 역시 한 달 새 11% 상승했다.

단기간에 폭넓고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진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장마에 따른 일조량 부족과 작황 부진, 이어진 폭염, 물류 지연, 계절적 수요 증가까지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가격 상승이 자영업자에게는 '원가 부담'으로, 소비자에게는 '생활비 압박'으로 연결된다. 특히 식자재 비중이 높은 외식업 자영업자들에게는 식자재값 상승에 더해 배달비, 인건비까지 겹치는 삼중고가 된다. 여기에 배달앱 플랫폼 수수료와 날씨에 따른 할증까지 더해지면 음식 한 그릇을 팔아도 남는 것이 거의 없다는 곡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단지 날씨 탓만으로 보기도 어렵다. 폭염은 계절 현상이지만 그에 따른 물가 불안은 이미 오래전 만들어진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우리 농식품 가격은 이미 글로벌 기준 대비 상시 비싸다. 이처럼 높은 가격 구조는 구조적 비용에서 비롯된다. 국내 농지 생산 기반은 영세하고 규모화가 어렵다. 평균 재배 면적이 작고, 고령화된 농가 비중이 높아 생산성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유통 구조도 복잡하다.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거치는 유통 단계가 많고, 중간 마진과 물류비가 누적되면서 최종 소비자가격이 비싸진다.

수입 대체도 자유롭지 않다. 우리나라는 주요 농산물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제조업 평균 관세율이 4% 수준인 반면 농산물 등 1차 산업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14.9%에 달한다. 농어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정책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입을 통한 가격 완충 효과를 제한하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히트플레이션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기후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의 구조 점검에서 시작돼야 한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의 농업 혁신이 필요하고, 유통 구조의 효율화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농산물 수입에 대한 유연성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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