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우회 공격 마케팅, 역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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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KT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KT 고객 안전·안심 브리핑'을 열고, 향후 5년간 정보보호 분야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연간 1000억원 수준의 정보보호 투자를 연 2000억원 수준으로 늘려 5년간 총 1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SKT 해킹 사고가 발생한 4월 이후 KT로 이동한 고객은 8만3268명으로, 전체 이탈 고객 60만1376명의 14%를 흡수했다.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수치지만, 14일에만 최대 2만명이 훌쩍넘는 신규 고객을 흡수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이 효과를 내고 있다. 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은 15일 삼성전자의 신작 갤럭시Z·플립·폴드7 사전예약과 22일 단통법 폐지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KT는 이날 브리핑에서 자사 보안 체계를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다. 'K-Security Framework'를 통한 사전 침투방지 시스템, AI 기반 보이스피싱 차단 서비스, AI 클린메시징시스템을 포함한 스팸 스미싱 대응 체계 등 구체적 시스템을 소개하며, '우리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특히 딥보이스까지 탐지 가능한 보이스피싱 차단 서비스는 통신 3사 중 최초로 상용화했다.
업계에서는 KT가 보안 인프라 기술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KT가 보유한 보안시스템 대부분은 과거부터 운용해온 체계로, 이번 브리핑에서는 기존 시스템을 '선제적 보안'으로 재포장한 후 1조원 투자 계획을 덧붙여 보안 리더십을 선언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이날 발표한 '제로트러스트' 체계 역시 KT가 이미 2년 전부터 적용 중이었던 시스템이다.
KT가 이러한 보안 체계와 무사고 기록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고객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안전한 통신사'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T가 요금 할인과 데이터 제공 등 사후 보상에 집중하는 것과 차별화되는 행보다.
이현석 KT Customer부문장 부사장은 "지금 이 정도면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더 이상 고객의 신뢰를 지킬 수 없다"며 "KT는 선제적 보안의 새로운 기준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 역시 해킹 피해를 입은 SKT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