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훈풍 속 시중은행 수익 '쑥'
"비이자이익 강화 움직임 빨라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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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익률 부문에서는 은행권이 두각을 나타냈다. 새정부 출범 이후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불면서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최근 퇴직연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안정에서 투자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수익률 개선은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에 제동을 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간 경쟁도 뜨겁다. 신한은행이 여전히 최다 적립금을 보유한 상황에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NH농협은행은 퇴직연금 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며 이번 분기 수익률 개선에 성공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45조6284억원으로, 지난 1분기 말보다 12조6471억원이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이 235조561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증권(112조6121억원), 생명보험(81조7605억원), 손해보험(15조6942억원) 순이었다. 증가율로 보면 증권이 4.64%로 가장 높았다. DC(확정기여)형과 IRP(개인형퇴직연금) 적립금이 각각 8.24%, 6.64% 증가하면서 상반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25%의 비중을 차지했다.
퇴직연금 수익률에서는 은행이 강세를 보였다. 은행권의 DC형·IRP(비원리금·직전 1년 기준) 평균 수익률은 각각 7%, 7.25%로, 증권(6.34%, 6.31%)보다 높았다. 지난해 증권사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원리금 보장·비보장 합산 평균)은 6.33%로 금융업권 중 가장 높았지만, 올해 들어 은행권 수익률이 증권사 수익률을 근소하게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분기 들어 국내 증시가 급등한 것이 은행권 수익률 개선에 긍정적이었다. 은행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고객 비중이 높은데, 퇴직연금에서도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거나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주로 운용한다. 반면 증권사는 해외 주식 ETF 등 해외 투자 상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번 국내 증시 상승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동안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10.14%, 16.73%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21.82%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고객은 금융주와 배당주와 같은 대형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이들 주식이 급등하는 등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 퇴직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신한은행은 2분기 말 기준 47조7267억원의 적립금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적립금 규모 2위인 KB국민은행은 2분기 동안 1조4700억원의 적립금을 쌓으며 신한은행과의 격차를 좁혔다. 수익률 부문에서는 NH농협은행이 DC형(비원리금·직전 1년 기준)에서 8.08%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 고객의 수익률 데이터를 분석해 원인 분석과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수익률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IRP 부문에서는 KB국민은행이 7.44%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에 이어 DC형과 IRP 계좌 간 실물이전 제도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퇴직연금 유치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각 시중은행들은 AI(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로보 어드바이저(RA)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퇴직연금 관련 컨설팅 및 자산관리를 돕는 연금 관리 센터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핵심 수익원인 비이자이익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퇴직연금 고객을 확보하려는 금융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각 은행들도 고객 방어에서 나아가 고객 유치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