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카오 캄보디아 민간항공청 원장(왼쪽)과 박재완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장(오른쪽). / 사진=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항공보안장비가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됐다. 필리핀 교정청(Bureau of Corrections)이 대한민국산 AI 기반 X-ray 검색장비 20대를 도입하면서, 'K-항공보안'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됐다.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는 17일 보안장비 전문 제조사 SSTLabs가 자사 장비를 필리핀 교정청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출은 정부·협회·민간이 협력해 이룬 국내 보안장비의 첫 상업 수출 사례다.
앞서 올 초 페루 대통령궁에 KOICA의 무상원조 방식으로 납품된 사례는 있었지만, 기업 간 직접 계약에 따른 수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된 장비는 2012년부터 10년 이상 축적된 정부 연구개발(R&D) 성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Made in Korea’ 제품이다. 무엇보다 AI 자동 이미지 판독과 증강 기술이 접목돼 있어, 보안검색 인력의 숙련도에 관계없이 정밀한 판독이 가능하다.
SSTLabs 최광윤 대표는 “1천만 장 이상의 위해물품 이미지 데이터로 학습된 AI 알고리즘이 탑재돼 현장 대응력과 사용자 교육 효과를 모두 높일 수 있다”며 “Open Architecture 기반으로 원격 판독과 중앙 집중식 운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장비와 함께 제공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과 학습 시스템은 현장 적응력을 강화해주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SSTLabs는 이외에도 CT 기반 보안검색장비, X-ray 전신검색기 등 제품군 개발도 완료해 필리핀 추가 수요를 논의 중이다.
이번 수출은 정부, 협회, 민간 제조사 간 유기적인 공조가 빚어낸 결과다. 항공보안협회는 필리핀 정부기관과 직접 접촉해 국내 장비 성능을 설명하고, 항공보안 교육훈련, 정책자문 등 중장기 파트너십도 제안해왔다.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공항보안 시장은 2024년 약 157억5천만달러에서 2030년 259억4천만달러로 연평균 8.5%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아프리카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생체인식, AI 위협 탐지, 사이버보안 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보안 기준 강화도 이 같은 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항공보안협회는 이번 필리핀 수출을 발판 삼아 KOICA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연계한 해외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캄보디아, 탄자니아 등 항공보안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를 대상으로 교육훈련과 장비 도입을 함께 추진하는 전략이다.
협회는 보안장비 제조사, 연구기관, 공항 운영자와 함께 기술 수출, 인력 양성, 유지보수, 정책 자문까지 포괄하는 ‘K-항공보안 종합 협력 모델’을 수립 중이다. 이를 통해 수출 다변화와 국내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박재완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 회장은 “이번 수출은 K-항공보안기술의 우수성과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입증한 첫걸음”이라며 “정부와 함께 세계 시장 진출과 지속 가능한 수출 기반 마련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