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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자산을 보유해야 '부자'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부자의 정량적 기준을 살펴보면, 서양에서는 순자산 100만 달러(약 14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백만장자(millionaire)'라는 용어가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이 10억 원을 넘는 현실에서 '순자산 10억원이 조금 넘으면 과연 부자일까?'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1820년대 '백만장자'란 말이 처음 사용될 당시 100만 달러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2300만 달러(320억 원)에 달하므로, 그 시대에는 누가 봐도 부자다. 요즘도 100만 달러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현재 부자의 기준으로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국내에서는 일부 금융기관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부자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부동산 등 다른 자산까지 고려하면 금융자산만 10억 원을 갖고 있으면 부자로 인정하는 셈이다. 2024년 말 발표한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 순자산이 약 33억 원이면 상위 1%, 87억 원이면 상위 0.1%에 들어간다. 국내 상위 1%가구의 순자산 기준이 글로벌 기준의 두 배가 넘는 만큼 충분히 '부자'라고 봐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겠다.
일반적으로 부자는 자산이 많은 사람을 의미하지만, 소득이 높은 사람 역시 부자로 인식된다. 상위 1% 가구의 현황을 보면, 연평균 2억 4395만 원의 충분한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높은 소득은 곧 저축 능력의 증가로 연결되고, 그만큼 자산 증가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소득의 세부 구성을 보면,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같은 인적 소득이 연 1억 3812만 원으로 전체의 56.6%를 차지한다. 이외에도 재산소득이 9399만 원(38.5%), 이전소득이 1184만 원(4.9%)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상위 1% 가구의 소득구성 중 재산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체 가구 기준으로 재산소득의 비중은 7.8%에 불과하지만, 상위 1%의 경우 5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인다. 부자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산운용을 통해 꾸준히 재산소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체계적인 자산관리가 부자로 가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상위 1% 가구의 연간 총소득 2억 4935만 원에서 비소비지출 7676만 원을 제외하면, 연간 처분가능소득은 1억 6719만 원이 된다. 이 중 연간 소비지출은 7366만 원(월 614만 원), 저축여력은 9353만 원(월 779만 원)에 달한다. 소비지출보다 저축여력이 훨씬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산이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개개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산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고 소비할 수 있다면 이미 경제적으로 넉넉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지만, 이같은 인적 소득은 대부분 은퇴와 같은 인생의 전환점을 기점으로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재산소득이 충분하다면 인적소득이 사라진 뒤에도 큰 어려움 없이 원하는 소비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자산의 증가 속도가 소비 속도보다 빠르다면, 경제적 자유를 이룬 상태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부자들은 보기에는 돈을 많이 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지출이 적어 자산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선(善)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자가 될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 체계적이고 꾸준한 자산 관리에 힘을 쏟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