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추 소매가격도 4309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27.4% 올랐다. 지난 9일까지만 해도 3700원대였던 가격이 이틀 새 600원 넘게 뛰며 4000원 선을 넘어섰다. 무 가격도 최근 사흘간 오름폭이 컸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멜론도 현재 개당 평균 소매가격은 1만76원으로 전년 대비 21.7% 높은 수준이다.
수산물 가격도 고수온의 영향권에 들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광어 도매가격은 작년 같은 시기 대비 14.0% 오르며 1만9300원, 우럭은 41.8% 올라 1만612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한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먹거리 물가가 치솟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지난 14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해 최근 가격 상승 품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감자와 배추 등 비축 물량을 최대 확보하고, 과일, 닭고기 등도 최대 40% 할인 행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폭염에 이은 집중호우 등 기상영향으로 먹거리 물가가 들썩이자 정부가 농축수산물 가격 및 수급 관리에 나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가공식품·외식 등 생활물가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올랐다. 두 달 만에 2%대로 올라섰고, 다섯 달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가공식품 물가는 4.6% 올라 전체 물가 상승의 2배를 넘어섰다. 외식 물가도 3.1% 뛰었다. 그중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던 라면류는 6.9%로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고, 오징어채는 48.7%, 양념소스 21.3%, 초콜릿은 20.4% 폭등했다. 계란의 경우, 한 판 가격이 석 달째 7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계란(특란 30구) 소매가격은 7186원이다. 전년 동기(6682원) 대비 7.5% 올랐다.
성장률이 0%대로 급락하고, 수출과 내수가 위축되면서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급랭하고 있다. 우연일까.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 사망이 잇따르고 있다. 대전에선 60대와 30대 모자(母子)가 숨진 지 약 한 달 만에 발견됐고, 경기 동탄에선 14일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침체로 생계형 소액 절도사건이 크게 늘어난 것도 우울한 대목이다. 대전 지역의 경우, 지난 5년간 10만원 이하 절도사건이 90% 급증했다는 최근 대전지방경찰청의 통계가 이를 웅변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치세계는 국민들의 부아를 돋우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시작해 18일까지 예정된 이재명 정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거여의 '제편 감싸기'와 야당의 지리멸렬로 하나마나한 역대급 '부실 청문회'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여야 모두 문제적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은 후보자 엄호에 급급했고, 야당은 결정적 한 방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관 후보자 측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과 거짓해명, 증인채택 불발 등 거대여당의 엄호 아래 국민 의구심을 해소하기엔 크게 미달했다. 보좌관 갑질 논란을 비롯해 논문표절, 이해충돌, 농지법 위반 등 여러 의혹으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논란이 된 후보자들은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여당을 믿고 버티면 임명된다는 인식이 감지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야당도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반복해 제기할 뿐 결정적 한 방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자질과 도덕성 검증 등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청문회 본래의 취지는 내팽개친 채 고성과 싸움으로 얼룩진 저급 블랙코미디란 혹평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한편 윤석열 정권을 향한 3대 특검(내란, 김건희, 해병대원) 수사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겨냥하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야(對野)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표 '적폐청산 시즌2'인가.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출국 금지, 압수 수색, 소환 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자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내란정당'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민주당이 그동안 추진해 온 '방송3법' 개정안이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도 상징적이다. 민주당은 부칙을 통해 방송 3법 시행 후 3개월 내에 KBS·MBC·EBS 등 방송사의 새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기존 사장과 이사진을 전원 교체하겠다는 포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검찰 개혁 4법'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법사위는 이 법안들을 법안 소위에 곧장 회부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설정한 '기한'에 맞춰 추석 전까지 얼개를 만드는 등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태세다. 일련의 일들이 민생과 직결되는 긴급 사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류석호 칼럼니스트, 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