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 집중호우에 2명 사망·1000여명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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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천 인근을 지나던 김동선씨(65)는 혀를 차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부터 쏟아진 폭우로 하천이 범람했고, 산책로 곳곳에는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김씨는 "매년 폭우가 쏟아질 때면 어김없이 통제돼 지나다니기 두렵다. 하천 근처로는 절대 가지 말라"며 발길을 돌렸다.
산책로 출입을 막는 차단기에서는 연신 경고음이 울려댔다. 인근 회사에 다니는 정모씨(35)는 "작년에도 이곳 하천이 범람했다"며 "지금 상태에서 비가 더 오면 인근 도로까지 물에 잠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께 산책을 나온 동료 박모씨(33)도 "물이 닿기만 해도 그대로 휩쓸려갈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출입 통제 표시를 미처 보지 못한 채 산책로를 지나던 시민들도 있었다. 비가 잠시 그쳤다가 다시 세차게 쏟아지며 하천 유속이 빨라지고 물살이 거세지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산책로를 걷던 양모씨(60)는 "멀리서부터 걸어와 통제 구간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관악구 도림천 산책로도 물에 잠겼다. 도로와 연결된 오르막 초입까지 물이 차올랐고, 산책로 울타리에 묶여 있던 자전거들은 물에 잠겨 나뭇잎과 뒤엉킨 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도림천 신대방1교 지점에서는 하천 수위가 30분 만에 80㎝에서 2.5m로 급격히 불어났다.
이번 집중호우는 서울뿐 아니라 중부지방 전역에 걸쳐 큰 피해를 남겼다. 특히 충청권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집중됐다. 17일 오전 10시 기준 충남 서산(419.5㎜), 홍성(411.4㎜), 당진(376.5㎜) 등에는 누적 강수량 400㎜ 안팎을 기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2명이 숨졌고, 전국에서 1000명이 넘는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16일 오후 오산에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지며 차량을 덮쳐 40대 운전자가 숨졌고, 17일 새벽 서산에서는 침수 차량 안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틀간 1070명이 대피했고, 이 중 1041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한 상태다.
폭우로 전국 하천변 90곳, 세월교 98곳, 지하차도 12곳이 통제됐으며, 국립공원 탐방로 374개 구간과 둔치주차장 69곳도 출입이 막혔다. 여객선 31개 항로, 열차 일부 구간도 운행이 중단됐다. 충남 서산·아산·당진·예산 등지에선 학교 휴교령이 내려졌고, 산사태로 인한 고립·매몰 사고도 이어졌다. 충남 청양에서는 토사에 매몰됐던 주민 2명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