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트럼프의 ‘이슬람 혐오’ 대사 지명에 외교 딜레마 빠진 말레이시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717010010311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7. 17. 15:33

2025071501001433600085761
닉 애덤스 주말레이시아 미국대사 지명자/닉 애덤스 X(엑스) 캡쳐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한 '이슬람 혐오' 극우 인플루언서 닉 애덤스를 두고 말레이시아가 외교적 딜레마에 빠졌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선 차기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된 닉 애덤스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 연합 희망연대 소속 인민정의당이 청년조직은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에 항의 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대사 지명자에 대한 거부는 적대감이 아니라 오히려 양국 관계의 성실성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여겨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슬람계 야당인 범 말레이시아 이슬람당 역시 이번 대사 지명이 "말레이시아 국민의 정서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 비판했고 20여 개 친팔레스타인 단체 연합 역시 정부에 애덤스를 받아들이지 말 것을 촉구했다.

호주 출신으로 2012년 미국에 귀화한 애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다. 그는 이슬람 혐오·여성 혐오·시오니즘(유대민족주의) 지지 발언으로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그는 "트럼프의 반대파들이 학교에서 이슬람을 가르치려 한다"며 경쟁자들을 이슬람 지지자라 비난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자유 팔레스타인' 핀을 달고 있던 웨이트리스를 해고하도록 식당 주인을 설득했다면서 "테러를 지원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자랑하는 게시물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에 이슬람 국가로 팔레스타인을 오랫동안 지지해온 말레이시아에선 거센 분노가 터져 나오며 여야가 한목소리로 애덤스의 대사 임명을 거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모든 대사 지명자들을 인준했다면서 "애덤스의 인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국 상원에서 애덤스를 인준하더라도 말레이시아가 주재국의 임명 동의인 아그레망을 거절하면 된다. 하지만 국내의 반대 여론이 거센만큼 말레이시아 정부의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부과한 25%의 고율 관세를 낮추기 위해 필사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애덤스의 인준을 거부할 경우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말레이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샤리만 록만은 "무슬림 단체와 집권 여당의 반발은 정부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정치적으로 큰 손실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와 가까운 애덤스는 무역 협상에서 유용할 수 있고, 애덤스의 대사 임명을 거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제3의 길'도 거론된다. 전직 말레이시아 외교관인 일랑고 카루파난은 말레이시아가 애덤스의 임명을 노골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아그레망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킴으로써 미묘하지만 분명한 외교적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해당 문제가 아직 내각에서 논의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