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후엔 인사상 불이익도 다반사
"정체성 규정할 표준지침 마련 시급"
|
노동이사제란 추천이나 투표 등으로 선출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기관의 중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경영 제도를 말한다. 공공기관 임명권자는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가운데 1명을 비상임이사로 임명할 수 있으며 임기는 통상 2년이다. 17일 현재 전체 중앙 공공기관 327곳 중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가 있는 79개 기관(24.1%)이 노동이사를 임명해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 노동이사는 임기가 종료된 후 정해진 규정에 따라 사측에 보직 발령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노사 합의에 따라 임기가 끝난 노동이사 의사를 반영한 보직 발령을 보장한다는 협약서가 존재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배치되는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에 노동이사였던 자의 인사·포상·임금 등 근로조건에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사회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거나 사측과 대립각을 세운 경우 받을 수 있는 불이익 방지에 역부족인 셈이다.
노동이사들이 체감하는 근로조건의 악화는 공공기관 일부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이사제 운영 실태 분석 및 평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설문에 참여한 노동이사의 11%가 인사 상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노동이사들은 선임이 돼도 이사회 의장 선출에서 배제되고 안건 부의권이 없어 정상적인 견제 역할 수행이 어려운 데다, 노조로부터 서약서를 요구받거나 노조위원장이 바뀌면 불신임을 통해 활동이 중단되는 등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강득주 전국공공기관 노동이사협의회 사무총장은 "비상임이사라며 사측으로 분류하다가도 어떨 때는 노조 쪽으로 분리해 중간에서 중심을 잡는 데 어려움이 있고, 사측에 포섭되기 좋은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며 "노조에서 추천한 근로자 대표이니 조합원의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동이사의 정체성을 규정할 표준화된 지침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노동정책에 큰 폭의 변화가 예고되면서 노동계도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노동이사제 확대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보다 먼저 기재부의 공기업 지침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이사제의 조례에 기반한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제도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날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잘 챙겨보겠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이사제는 공공기관의 노동 존중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제도의 확대와 함께 근로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운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