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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지난 주말 자카르타에서 열린 '고양이 애호가 사교의 날(캣 러버스 소셜 데이)' 행사에서 시작됐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반려묘인 보비가 차량에서부터 행사장 무대까지 경찰관 여러 명의 호위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왔고,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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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인도네시아 대통령실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보비가 "대통령의 재산 일부로 간주되며 국가는 대통령의 재산을 유지·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WB)의 작년 발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의 60.3%(약 1억 7000만명)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데, 이런 현실에서 '퍼스트 캣'에 대한 의전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소프 이삭 동남아시아 연구소의 마데 수프리아트마 연구원은 공공자원을 이용해 고양이를 경호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고양이는 영부인이 아니고, 다른 주(州) 지도자들의 반려동물도 그런 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고양이가 자신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면 화가 나지 않겠냐며 "고양이를 시민으로 대우하게 된다면, 대통령의 고양이와 대통령이 같은 대우를 받는 개인 숭배 시스템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일각에선 "국가의 쓸모없는 공무원들을 호위하는 것보단 보비를 호위하는 게 낫다. 적어도 길고양이를 돕고 사람들을 웃게 만들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퍼스트 펫(Pet)'에 대한 특별 대우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은 아니다. 영국 총리 관저에 사는 고양이 '래리'는 '내각 수석 수렵보좌관'이란 공식 직함까지 가지고 있고 외교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비 역시 지난 5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직접 보비를 위한 스카프를 선물하고, 공식 만찬 자리에서 먹이를 주는 모습이 포착되며 '고양이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SCMP는 한편으론 "한국의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관저에 반려동물을 위한 얕은 수영장을 만들었다는 의혹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9년 전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입양된 길고양이 출신인 보비는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셀럽'이다. 수하르토 대통령 시절 민주인사들을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는 군(軍) 출신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보비'와 함께 하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활용하며 젊은 유권자들에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내세웠고 큰 효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