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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린가드 결승골로 2822일 만에 울산전 승리… 묵은 징크스를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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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7. 21. 08:14

린가드 시즌 6호골 작렬, 서울 5경기 무패·리그 4위로 도약
말컹 복귀전 치른 울산은 7위로 추락… 김판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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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을 붉게 물들인 FC서울 서포터즈의 응원.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FC서울이 지긋지긋하던 울산전 징크스를 마침내 깨뜨렸다. 그 중심엔 린가드가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캡틴'은 절묘한 타이밍에 환상적인 중거리포를 꽂아 넣었고, 서울은 홈팬들 앞에서 울산을 꺾으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반면, 울산은 리그·컵·국제대회를 통틀어 무승의 늪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2라운드. 서울은 울산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승점 33점(8승 9무 5패)으로 단숨에 리그 4위까지 치고 올랐다. 이날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울은 이날 경기 전까지 울산을 상대로 8무 15패, 총 23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징크스를 안고 있었으며, 마지막 승리는 2017년 10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2822일 만의 승전보. 오랜 시간 서울 팬들에게는 울산전이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지만, 이 벽을 린가드가 직접 부쉈다.

경기 전 분위기는 서울과 울산 모두에게 간절했다. 서울은 코리아컵에서 전북에 패하며 탈락했고, 기성용의 이적 여파로 일부 팬들의 응원 보이콧까지 겹쳐 뒤숭숭한 상황이었다. 울산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FIFA 클럽월드컵에서 3전 전패로 조기 탈락했고, 광주FC에 패하며 코리아컵 4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리그에서도 부진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인내심은 바닥났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성명서를 통해 김판곤 감독의 사퇴를 공개 요구했으며, 원정석에는 "우리가 노리는 곳은 정상, 너희가 향하는 곳은 비정상"이라는 강도 높은 메시지의 현수막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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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메시지가 담긴 울산 원정팬의 현수막. 팀의 최근 부진과 프런트 운영에 대한 불만이 여실히 드러난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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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는 강도 높은 문구가 걸렸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두 팀 모두 여름 이적 시장에서 야심차게 전력을 보강했다. 서울은 수원FC의 안데르손을 데려왔고, 울산은 과거 경남FC에서 리그를 지배했던 말컹을 복귀시켰다. 이들의 데뷔전이 맞물리며 킥오프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경기였지만, 막상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한 신경전으로 흐르며 양 팀 모두 공격적인 움직임을 자제했다. 전반 25분이 지나도록 슈팅 하나 없이 공방이 이어졌다. 첫 슈팅은 전반 27분, 울산 루빅손이 아크 정면에서 왼발로 찬 공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며 경기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울산은 이후에도 트로야크의 헤더, 에릭의 문전 침투 등 잇단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번번이 서울 수비와 강현무 골키퍼에 막혔다. 반면 서울은 전반 36분이 되어서야 린가드의 슈팅으로 첫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5분 뒤, 이 경기의 결정적인 장면이 탄생했다. 전반 41분 문선민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울산 수비가 걷어냈고, 그 볼을 황도윤이 헤더로 다시 린가드에게 연결했다. 페널티아크 왼쪽 부근에서 공을 잡은 린가드는 한 박자 빠르게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크고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리며 울산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표팀 골키퍼 조현우가 몸을 날렸지만 손끝조차 닿지 않는 완벽한 궤적이었다. 린가드의 시즌 6호 골이자 서울 팬들에겐 8년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한 방이었다.

실점 직후 울산 벤치에서는 황도윤의 핸드볼 여부를 두고 거센 항의가 나왔지만, 주심은 VAR 없이 경기를 속행했다. 전반 막판에는 울산 에릭의 핸드볼 파울이 선언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거칠어졌고, 양 팀의 감정 싸움은 다소 격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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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골 직후 환호하는 린가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울산의 골망을 흔든 그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후반 초반부터 울산은 반격에 나섰다. 강상우, 라카바를 연달아 투입하며 전방 압박을 강화했고, 후반 20분에는 에릭이 얻어낸 프리킥에서 이진현의 왼발 슈팅이 날카롭게 날아갔으나 강현무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세컨볼은 고승범이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빗겨나갔다.

이처럼 울산이 수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지만, 정작 가장 좋은 추가골 기회를 만든 쪽은 서울이었다. 후반 13분 린가드가 안데르손과의 콤비네이션 플레이로 측면을 파고든 뒤 중앙으로 컷백을 내줬고, 교체로 들어온 둑스가 무방비 상태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 위로 떠버렸다. 린가드와 안데르손, 둑스가 동시에 머리를 감싸 쥐며 아쉬워했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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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4일 만의 K리그 복귀, 후반 막판 투입된 말컹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김판곤 감독은 후반 32분 마침내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말컹을 교체 투입한 것이다. 2018년 경남FC 시절 K리그1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차지했던 말컹은 2444일 만에 다시 K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긴 공백 탓인지 경기 감각은 다소 무뎠고, 후반 43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를 시도했지만 김주성과 야잔의 밀착 수비에 막혀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종료 직전 서울이 역습으로 추가골 기회를 맞았으나, 둑스의 슛은 골라인 앞 이재익에게 막히며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서울 선수단은 그라운드 중앙에서 서로를 안으며 오랜 징크스를 끊은 감격을 나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인 팬들도 린가드의 이름을 연호하며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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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서울 김기동 감독, "오늘은 팬들을 위한 승리였다"고 강조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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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김판곤 감독,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팀의 상황과 과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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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골의 주인공 린가드, "팀의 승리에 기여하게 돼 기쁘다"며 수훈선수 인터뷰에 응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경기 후 김기동 감독은 "중요한 시점에 울산을 꺾어 더 큰 의미가 있다.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던 경기였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린가드에 대해서는 "포항전부터 살아나는 기색이 뚜렷했고, 전북전에서 실수한 뒤 미안하다고 먼저 찾아왔다. 그런 책임감과 태도가 지금의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안데르손에 대해서는 "골은 없었지만 좋은 찬스를 수차례 만들어냈고, 린가드와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다음 경기를 기대할 수 있는 데뷔전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울산 김판곤 감독은 "팬들에게 죄송하다. 한 번만 더 기다려주시면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력 자체에 대해선 "전술적인 측면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이 문제다. 그 부분을 털어내면 다시 강한 울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컹에 대해서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것이다. 아직 팀에 합류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응이 우선이다"라고 언급했다.

서울은 이날 승리로 홈 첫 연승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2위 대전하나시티즌과의 승점 차는 단 3점. 다음 경기 상대는 제주다. 반면 울산은 8경기 연속 공식전 무승이라는 악몽 속에 대전과의 홈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서울에게는 '전환점'이, 울산에게는 '경고등'이 분명하게 켜진 하루였다. 이날 린가드의 한 방은 단순한 결승골이 아니라, 서울의 시즌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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