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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0만명 정보 유출’ 쿠팡, 한·미 양국서 전방위 집단소송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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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12. 21. 06:49

美 주주들, '공시 지연' 문제 삼아 집단소송
국내 피해자 수십만명 집단 대응
미국선 소비자 소송 준비
로비 활동·경영진 책임론까지 겹치며 법적·평판 리스크 확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청문회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송의주 기자
국내 전자상거래 1위 업체 쿠팡이 사상 초유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법적 압박에 직면했다. 미국에서는 주주들이 '늑장 공시'로 인한 주가 하락 피해를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국내에서는 수십만 명의 이용자가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면서 파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 미국 주주들 "정보 유출 숨기고 공시 지연"…증권 집단소송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쿠팡 모회사인 쿠팡 아이엔씨(Coupang Inc.)의 주주 조셉 베리는 지난 18일 쿠팡 법인과 김범석 이사회 의장,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증권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쿠팡이 부적절한 사이버 보안 체계를 방치해 전직 직원이 약 6개월간 탐지되지 않은 채 민감한 고객 정보에 접근하도록 했으며, 이로 인해 중대한 규제 및 법적 리스크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11월 18일 인지하고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규정한 '4영업일 이내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고, 약 한 달이 지난 12월 16일에야 공시한 점을 핵심 문제로 거론했다. 원고 측은 이 같은 공시 지연이 투자 판단을 왜곡해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 주가는 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인 11월 말 28.16달러에서, 이달 19일 23.20달러로 마감하며 약 18% 급락했다.

쿠팡 본사 압수수섹-18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쿠팡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박상선 기자
◇ 국내 피해자 24만 명 집단 대응…징벌적 손해배상 추진

소비자들의 법적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약 24만명 이용자 중 일부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인당 우선 10만원씩, 총 24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 측은 향후 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청구 금액을 1인당 최대 30만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에서는 한인 로펌 등을 중심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이 준비되고 있다. 현재까지 2300명 이상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고 측은 쿠팡 본사가 위치한 미국 법원에서 강도 높은 책임 추궁에 나설 계획이다.

◇ 상장 이후 5년간 1075만 달러 美 로비…정치권 접촉도 도마

이런 가운데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 이후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대규모 로비 활동을 벌여온 사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연방 상원이 공개한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상장 이후 최근까지 4년 5개월 동안 총 1075만달러(159억원)를 로비에 지출했다.

특히 올해 3분기에만 251만달러를 사용하며 로비 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로비 대상은 연방 상·하원뿐 아니라 상무부·국무부·백악관 등 행정부 전반에 걸쳐 있었으며, 쿠팡은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와 한·미·일 경제 협력 강화 등을 적극 홍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개최를 연기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쿠팡 사태와 연관된 미국 측의 압박 신호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다만 관계 당국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FTA 공동위 연기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 쿠팡 경영진 책임론 확산…한국 법인 대표 사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영진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쿠팡 한국 법인의 박대준 대표는 최근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며, 현재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 및 법무총괄이 임시로 한국 사업을 총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김범석 의장이 국회 국정감사 등 공개 석상에 직접 나서지 않고 침묵을 이어가고 있어 이용자와 여론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쿠팡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시정 명령에 따라 '해킹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불공정 약관을 삭제하기로 했지만, 이미 발생한 대규모 유출 사고에 대한 법적·사회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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