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에너지 확보, ‘지산지소’ 의미 있나
정부 정책 늦은감 있어…“규제 완화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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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5극 3특 중심으로 초광역권 산업을 육성하고 RE100 산단 조성, 과감한 규제 혁신과 인센티브 등을 통해 기업의 지역투자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며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정주 여건을 확충해 지역으로 기업과 청년이 모이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정부는 지난주 RE100 산업단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벌써 주요 기업들에 입주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나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분야 기업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주요 기업들은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개별 사업들을 계약에 근거해 추진하고 있는데 '지산지소'를 위해 사업의 큰 방향을 바꿀 수는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한 AI와 에너지 관련 기업 관계자는 "저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재생에너지의 주요 판매 계약들을 거의 체결을 한 상태라 RE100 산단 입주가 크게 매력적이라 하긴 어렵다"며 "공장 라인 역시 기존 추진 중인 투자계획 외에, 정부 정책을 따라가는 차원에서 작게 입주한다 해도 장기 사업이 될 가능성이 적을 것"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입주 기업 혜택이 얼마나 유의미한 투자 효과가 있는지가 중요 하겠지만, 이미 진행 중인 에너지 조달 계약을 파기하고 입주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공급 불안정성을 차치해 두고서라도, 정부보다 앞서 AI 전력 수요 확보와 RE100 목표 달성을 위해 일찌감치 재생에너지원 확보에 나선 대기업들을 유치하기에는 정부 정책이 다소 늦은감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RE100 산단의 공장 라인을 돌리는 전력은 원자력과 같은 안정성이 확보된 에너지원이 주체가 되고, 100%라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사고파는 형식적인 산단으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일단 RE100 산단 조성 지역으로는 서남권과 울산시 정도가 꼽히고 있다. 새만금과 신안 등 서남권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고, 울산은 미포국가산단에 구축이 확정된 AI 데이터센터와 해상풍력단지 사업들이 조성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주 첫 TF 회의를 개최한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RE100 산단 TF 관계자는 "아직 기업들의 규제 완화에 대한 초기 논의 단계이고 당연히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많은 곳을 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와 같은 혜택들을 어떻게 꾸릴 것인지가 대기업 산단 유치의 주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