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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조종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전체 사고 관련 조사 자료의 공개·사고 조사에 유가족 단체가 지정한 외부 민간 전문가의 참여·국토부의 조류 충돌 및 로컬라이져 둔덕 설치에 대한 책임 인정·안전한 비행 환경의 구현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의 이행 방안 강구 등 4가지를 요구사항을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사조위)는 지난 19일 유가족과 언론을 상대로 사고기 엔진 정밀 조사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유족 협의회에 사전 공유된 조사 결과에는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손상된 오른쪽 엔진이 아닌 왼쪽 엔진을 정지시키면서 양쪽 엔진 모두 출력을 상실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가족 측에선 "사조위가 제대로 된 조사 보고서 원본을 공개하지 않고 일반적인 결과만 통보했다"며 강하게 항의해 결과 발표가 무산됐다. 현재 유족은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DVR) 등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제주항공 조종사노동조합에서도 이날 사조위의 편향된 조사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조종사협회는 "사고 조사는 원인 규명의 출발점이자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핵심 절차인데, 사조위는 사고의 복합성과 전체 시스템 실패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의 실수'라는 단일 요소로 단정지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을 마치 결론인 양 왜곡한 것으로, 항공기 시스템 전반의 복합적 기여 요인을 무시한 잘못된 조사 행태"라며 "단편적인 정보만을 근거로 복합적인 사고 원인을 단정하는 것은 사고조사의 기본조차 저버린 것이며, 사조위의 비전문성과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 국민의 신뢰를 결코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종사협회는 "우리 조종사는 항공산업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항공기 운항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이지 사고 책임회피의 희생양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종사와 승객들을 사지로 몰고 간 조류 충돌 위험 지대에 공항을 짓고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한 원죄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없이 사고의 본질을 오도하고 있는 행태에 대해 본 협회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끝까지 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조종사의 명예를 지켜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