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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인의 창의성, K-디지털자산으로 다시 꽃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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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22. 17:50

장민
장 민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포스텍 블록체인 연구센터 부소장
한국인은 본질적으로 창의적인 민족이다. 신라시대 불국사와 석굴암은 천년을 견디는 건축미학과 정신세계를 보여줬고, 고려시대 금속활자는 구텐베르크보다 200년이나 앞서 인쇄 혁명을 통해 지식의 대중화, 문화의 민주화라는 사회 변혁의 기원이 됐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문자 접근성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귀족의 전유물이던 문자를 일반 백성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 '포용적 혁신'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은 당시 해전의 패러다임을 바꾼 첨단 기술의 집합체였다. 이처럼 창의적 DNA는 대한민국의 역사 곳곳에 새겨져 있다.

21세기, 이 창의적 DNA는 디지털 기술 영역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1990년대 후반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를 시작으로,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전 세계 IT 테스트베드 국가, 스마트폰 보급률 1위, 5G 세계 최초 상용화, HBM 세계 최초 개발까지. 대한민국은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팔로워'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의 위치를 공고히 해왔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2001년 세계 최초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플랫폼 상용화다. 이 혁신은 디지털 공간의 자산을 실물경제와 연결하는 '디지털 자산화'의 출발점이었다. 리니지, 바람의 나라에서 시작된 이 현상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오늘날 NFT, 메타버스, 게임파이로 발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원형이 되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이 창조한 '부분유료화' 모델,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 '길드' 기반 소셜 경제는 모두 전 세계 게임 산업의 표준이 되었고, 현재 구글, 애플, 메타 등이 사용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원형이기도 하다.

세계는 이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디지털자산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며칠 전 크립토 주간에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담은 지니어스법과 규제 관할권을 명시한 클래리티법,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을 막는 반CBDC법도 가결됐다. 상원을 통과하고 넘어온 지니어스법은 이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지니어스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연내 제정될 전망이다. 클래리티법과 반CBDC법은 이제 상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러한 규제 명확화의 영향은 즉각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 주요 투자은행들이 앞다투어 암호화폐 부서를 신설하고,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는 출시 첫해에 40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하며 역대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2024년 673억 달러에서 2030년 1조4000억 달러로 연평균 85.9% 성장할 전망이다.

대한민국도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2025년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디지털자산의 정의와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업권별 진입·행위 규제, 발행·유통 절차, 공시 의무, 불공정거래 금지 등을 포괄하는 최초의 종합 입법이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지급형' '투자형' '유틸리티형'으로 분류하고 각각에 맞는 규제 체계를 적용한다. 특히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자본금, 고객자산 분리보관, 해킹 보험 의무화 등의 규정을 포함하여 건전한 시장 생태계 조성을 도모한다. 이는 한국이 디지털자산 질서를 법적으로 정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K-디지털자산의 성공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핵심요소가 바로 K-스테이블코인이다. K-스테이블코인은 한국 원(KRW)에 페깅(pegging)된 디지털 화폐로, 기존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이다. 미국의 USDC, USDT가 달러 기반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듯, K-스테이블코인은 한국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디지털자산 거래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K-스테이블코인은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K-디지털자산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것이다. K-팝, K-드라마 관련 디지털 자산 거래에서 전 세계 팬들이 원화 기반의 안정적인 결제수단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넥슨, NC소프트 등이 개발하는 블록체인 게임에서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의 기본 화폐로 활용되며, 네이버 제페토, SK텔레콤 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바타 아이템, 가상부동산 거래의 표준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더 나아가 K-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의 전통적인 강점인 제조업과 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도 할 것이다.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 관리, 품질 인증, 원산지 증명 등에 블록체인을 도입할 때, K-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정산의 표준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체계적인 관리하에 발행될 K-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스테이블코인들이 가진 투명성과 준비금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의 우수한 금융감독 시스템과 결합하여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시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전 세계를 사로잡은 K-콘텐츠의 성공 경험이다. BTS의 글로벌 팬덤 생태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94개국 1위 기록, K-뷰티의 전 세계 트렌드 주도는 모두 한국적 창의성과 디지털 기술 활용의 결과였다. 이러한 성공 요인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결합,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 활용, 그리고 팬 참여형 생태계 구축이다. 이는 K-디지털자산 영역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K-팝 아티스트들의 혁신적인 디지털 컬렉션은 이미 글로벌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넥슨, NC소프트 등 한국 게임회사들은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이버 제페토, SK텔레콤 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플랫폼도 글로벌로 성장하며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자산 거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이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국민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성공적 시행과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 개선, 인재 양성, 스타트업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K-스테이블코인의 안정적 도입을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 구축과 한국은행의 디지털 화폐 정책과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들은 대기업의 인프라 구축,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혁신, 스타트업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해외 진출을 통해 K-디지털자산을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 금융기관들은 K-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들은 디지털 시민으로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린 마음과 신중한 투자 판단으로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K-스테이블코인과 같은 혁신적 금융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사용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K-디지털자산의 미래는 단지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창의성의 또 다른 위대한 발현이 될 것이다. 불국사 건설, 금속활자 발명, 한글 창제의 창의성이 이제 디지털자산이라는 새 영역에서 꽃필 것이다. K-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한글이 문자의 민주화를 이끌었듯, K-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금융의 민주화를 선도할 것이다. 세계는 이미 K-팝, K-드라마, K-뷰티에 열광하고 있다. 이제 그 열광의 대상에 K-디지털자산과 K-스테이블코인이 추가될 차례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장민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포스텍 블록체인 연구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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