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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생입법 서두르는 與, 배임죄 폐지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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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04. 00:00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집권여당이 민생관련 입법과 검찰개혁 등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은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사회 대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정부 제1의 국정 운영 원칙은 '오직 국민 삶'이며, 민주당의 최우선 가치 역시 '오직 민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증시 선진화를 위한 후속 입법 과제로 1년 이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개정안, 기관투자가 의결권을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주가 누리기 방지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당이 이처럼 민생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검찰 등 사법개혁을 통해 정부 운영의 기틀을 다져가는 것 역시 긴요하다. 국정 운영의 원칙을 '국민의 삶'으로 잡은 것은 나무랄 게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생 및 사법개혁 못지않게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도 매우 중요하다. 경제계가 간절히 희망하는 배임죄 폐지는 하반기로 처리를 미뤄둔 상태여서 기업의 경영여건 악화와 대외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여당은 '경제 형벌·민사 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를 발족시키고 배임죄 대신 30여 개의 다른 법을 고치는 개별 입법을 약속했으나 이마저도 흐지부지된 상태다. 한마디로 기업 친화적 행보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성장의 중심은 기업'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와도 맞지 않는다.

배임죄 폐지는 상법·노란봉투법 등 노동 친화 관련 입법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시급히 다뤄야 할 현안이다. 이 대통령도 지난해 9월 "투자 결정 잘못으로 감옥에 가는 것은 외국 기업인에게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당정은 '경제 형벌 합리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입법 절차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형법·상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민사를 통한 금전적 책임을 강화하는 대체 입법을 만드는 데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되는 것은 어 쩔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배임죄 폐지를 마냥 방치하는 것은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경영 의지 제고 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무슨 검토를 더 하겠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들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경제계에선 기업들이 여윳돈으로 사들인 자사주 외에 지배구조 개편이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보유하게 된 자사주는 의무 소각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총 22조원에 달하는 비자발적 자사주까지 소각하면 자본금 감소로 부채비율과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이런 고충을 생각한다면 민주당이 "한번 예외를 허용하면 끝도 없다"며 고집을 부릴 일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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