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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리츠금융의 내부 분위가 무겁습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합병 건이 한 고위 임원의 일탈로 그 의미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죠. A사장은 2022년 메리츠금융이 상장사인 화재와 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통합 상장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 메리츠금융 주식을 매입해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리츠금융이 이번 사안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데에는 통합 상장은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과 김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프로젝트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화재와 증권의 자회사 편입과 통합 상장에 따라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 지분은 70%에서 40%대까지 내려갔었죠. 오너 본인의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기업가치를 올리는게 우선이라는 조 회장의 결단과 김 부회장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은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2만6000원이었던 메리츠금융 주가는 합병 발표 이후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계열사들의 무분별한 상장인 일명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난이 거세진 시점에 메리츠금융의 통합 상장은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조 회장도 승계보다 기업가치를 강조하면서 "약간의 지분 차이나 손실은 괜찮다. 그룹을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자"는 생각을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부회장도 "주식교환으로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고, 금융 생태계를 확장해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힌 바 있는데요. 이후 밸류업을 통해 메리츠금융 주가는 더욱 승승장구했죠. 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선 메리츠금융을 '밸류업 모범생'으로 불렀습니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대주주인 조 회장도 자신의 손해를 떠안으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주주가치 제고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이번 사태를 전해듣고 크게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본인이 이루고자 했던 시장 안정화에 반하는 불법 행위를 측근인 A 사장이 벌인데다가 내부에서도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임원인 A사장의 도덕성 해이도 중대한 사유로 보고 있습니다. 그간 자본시장의 모범생으로써 거래소로부터 '밸류업 우수기업'으로 표창까지 받은 메리츠금융에서 이같은 불법 행위가 사장급에서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메리츠화재 전 임원의 불법 행위로 금융사 직원들의 도덕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 자본시장의 모범생으로써 나아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