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쏘·G80 전동화 모델·EV9 등 출격
글로벌회의 기술 파트너로 존재감 ↑
에너지 전환 등 탈탄소 경영전략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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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부산에서 열린 APEC에서도 그랬다. 달라진 건 고급 세단의 상징이던 에쿠스는 이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로, 수소차 넥쏘와 대형 전기차 EV9으로 모습을 바꿨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또 한 번 국제 무대에서 친환경 전환을 도모하는 글로벌 회의의 '기술 파트너'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0월 말로 예정된 APEC 정상회의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의전 차량을 맡을 가능성이 큰 만큼, 정의선 회장의 조용한 후방 지원이 행사 성공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수소 및 전기 모빌리티 기술을 축적해 온 행보는 여러 국제 기구들이 추진 중인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수소차 타는 에너지 장관들…국제 행사 첫 출격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는 오는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15차 APEC 에너지장관회의와 제16차 청정에너지 및 미션이노베이션 장관회의에서 공식 의전 차량을 제공한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이 같은 내용의 협약식을 열었다. 협약식에는 김동욱 현대차그룹 부사장, 이호현 산업부 제2차관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이 제공하는 차량은 디 올 뉴 넥쏘 34대, G80 전동화 모델 12대, EV9 14대, 유니버스 수소 전기버스 3대 등 총 63대 규모다. 이 차량들은 행사 기간 중 각국의 에너지 장관과 국제기구 주요 인사들의 이동에 쓰이게 된다.
이번 회의는 APEC 정상회의를 약 3개월 앞두고 개최되는 사전 의제 조율 행사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 차량들은 고위급 인사들의 이동을 책임지는 동시에 '이동형 친환경 쇼룸'으로서 특징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전기차 넥쏘가 공식 의전 차량으로 국제회의에 투입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번이 처음이다.
◇에쿠스가 G80 전동화모델로…정 회장, 든든한 후방 지원
현대차는 2005년에도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에쿠스를 의전차량으로 제공하며 국내 완성차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바 있다. 당시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6위권에 머물렀지만, 이후 20년간 친환경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3위까지 도약했다.
이 과정에서 에쿠스로 대표되던 내연기관 고급차는 G80 전동화 모델로 진화했다. 수소차 넥쏘도 새롭게 태어났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에서 벗어나 수소와 전기라는 두 축의 탄소중립 모빌리티 기술로 재편한 현대차그룹의 위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는 10월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도 현대차그룹은 다시 한 번 주요 의전차량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20년 전 에쿠스에서 이제는 G80 전동화 모델로 넘어온 진화가 상징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나 HS그룹 조현상 부회장처럼 공개적으로 APEC 관련 외교 무대에 나서진 않지만, 정 회장은 정상회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조용하지만 핵심적인 후방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09년 현대차 부회장 시절 싱가포르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 회의(CEO Summit)에 참석하며 APEC과 직접적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이후 그룹 회장까지 오른 그는 수소차·전기차 중심의 기술 개발에 투자해왔고, 이는 지금의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됐다.
정 회장이 주도해온 '탈탄소 중심' 경영 전략은 현대차그룹을 단순한 자동차 제조기업이 아닌,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차량 협찬을 넘어 글로벌 회의에서 친환경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각인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행사 의전 차량 지원 확대
APEC처럼 규모가 크고 상징성이 높은 국제행사에서 어떤 차량이 의전에 쓰이는지는 매번 주목을 받는다. 국가와 기업의 기술력, 브랜드 가치,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이동형 외교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순한 이동수단 제공이 아닌 그 자체로 '이동형 쇼케이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과 신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간 주요 글로벌 행사에서 의전 차량을 지원했다. 2022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선 G80 전동화 모델 리무진을 각국 정상의 공식 의전 차량으로 제공했다.
2023년 아세안(ASEAN) 정상회의,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도 현대차그룹은 공식 의전 차량을 맡으며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현대차그룹도 단기적인 행사 참여를 넘어, 글로벌 정책 논의의 동반자로 포지셔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