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법리스크 털어낸 JY, 반도체·폴더블 안고 ‘뉴 삼성’ 속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723010012974

글자크기

닫기

이서연 기자

승인 : 2025. 07. 22. 18:0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1000일
잃어버린 10년, 반도체 왕좌 '흔들'
HBM4·고성능 D램으로 경쟁력 ↑
폴더블 흥행속 파운드리 회복 시도
M&A 재개 등 신사업 확장 공들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000일을 맞았다. 지휘봉을 쥔 내내 이 회장을 옭아맨 사법 리스크는 생성형 AI가 바꿔 놓은 시대에서 메모리반도체 왕좌를 내려놓게 했고 굵직한 M&A 같은 중대한 결정에서도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을 무죄로 판정하면서 그룹 특유의 신사업 발굴과 M&A DNA가 살아났다. 이제 대법원에서까지 무죄로 확정되면서 '뉴 삼성' 본격화 기대가 커진다.

다시 보여 줄 반도체 저력과 신사업 확장, 조직 혁신까지 전방위적인 영역에서다. 삼성전자는 HBM4와 고성능 D램을 앞세워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나서는 한편, 대규모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가치 제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중단됐던 M&A도 활발히 전개하며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본격 착수하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로 이재용 회장이 2022년 10월 27일 취임 이후 꼭 1000일이 됐다. 상징적 의미를 넘어, 최근 삼성전자의 분위기 반전이 두드러진다.

삼성의 HBM4는 후공정 수율 개선에 성공해 엔비디아, AMD에 샘플을 공급하는 등 글로벌 고객사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26년 출시될 엔비디아 차세대 AI GPU '루빈' 탑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HBM4 공급망 진입을 뒷받침할 1세대 10나노급(1c) D램 수율도 최근 70%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과 화성 공장에서 공정 재설계와 후공정 최적화가 진행되면서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성과를 낸 셈이다. 다만 메모리 내 낸드 사업은 여전히 업황 회복 지연과 중저가 제품 경쟁 심화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도 회복을 시도 중이다.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 안정화와 2나노 GAA 공정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2500이 3나노 공정으로 양산돼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되며 내수 비중이 확대됐고, 미국 내 주요 공급사와 협의도 병행 중이다. 내수 양산 안정성을 확보한 후 글로벌 고객사 확보를 통한 외부 매출 회복을 노리는 전략이다.

여기에 최근 출시한 폴드7 시리즈가 국내외에서 흥행 조짐을 보이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내 존재감 회복도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갤럭시 Z 폴드7·플립7의 국내 사전판매가 104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역대 갤럭시 폴더블 사전판매 중 최다 기록이며, 폴드 모델 비중이 기존 40%에서 60%로 확대된 점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경쟁력 회복과 맞물려, 하반기 비메모리 사업 실적 회복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사법 리스크 해소도 경영 체질 변화의 분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판이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되면서 약 10년간 이어져 온 경영 족쇄가 풀리면서다. 이 회장은 5년 9개월째 미등기 임원을 유지하고 있는데 향후 등기이사 복귀와 책임경영 체제 재정비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사법 리스크 해소를 계기로 경영 승계 및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진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이 회장은 내부적으로는 '사즉생(死卽生)' 각오를 주문하며 조직문화 회복과 리더십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R&D와 시설 투자 역시 지난해 기준 R&D 35조원, 시설 53조6000억원 등 취임 후 최대 규모로 집행 중이다.

경영 체질 안정화를 토대로 그동안 중단됐던 M&A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후 멈췄던 인수합병을 재개하며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5월 하만이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했으며, 약 2조3000억원에 독일 냉난방공조(HVAC) 기업 '플랙트'를 인수했다. 이어 이달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 인수를 통해 의료기기 및 웨어러블 헬스 시장 공략도 확대 중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섰다. 지난 7월 8일 이사회에서 총 3조9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의결하면서다. 삼성전자는 7월 9일부터 10월 8일까지 보통주 3조5100억원, 우선주 4000억원을 시장에서 매입할 계획이다. 이 중 약 2조8100억원 규모는 소각하고 나머지는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대응하는 한편 시장 신뢰 회복을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반도체 실적 회복이 '이재용 리더십 2막'의 본격 개막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가 3분기 8조4000억원, 4분기 9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서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