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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니 4경기 연속골에도 웃지 못한 광주, 주말엔 1위 전북과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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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7. 23. 08:02

세 차례 골망 흔들고도 VAR에 두 골 취소… 이동경 동점골에 무승부
이정효 “혼내고 돌아온 아사니, 오늘 정말 미쳤다”… 정정용 “가장 안 좋았던 경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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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6분, 동점골을 터뜨린 이동경이 김승섭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뻐하고 있다. 이 골은 김천의 귀중한 승점 1을 지켜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광주FC가 아사니의 빛나는 활약 속에서도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세 차례나 골망을 흔들었지만, 두 골은 VAR 판독 끝에 취소됐다. 한 달 만의 홈경기에서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후반 26분 김천의 이동경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끝내 승점 1에 만족해야 했다.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3라운드에서 펼쳐진 광주와 김천의 경기는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1-1로 마무리됐다.

광주는 이날 승리할 경우 한 경기를 덜 치른 FC서울(승점 33)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설 수 있었지만, 8승 8무 7패(승점 32)로 6위에 머물렀다. 반면 김천은 10승 6무 7패(승점 36)로 대전하나시티즌(22경기 승점 36)을 다득점에서 앞서며 2위로 올라섰다.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무승부였지만, 내용적으로는 광주의 'VAR 악몽'이 중심을 관통한 경기였다.

전반전은 아사니의 경기였다. 경기 초반 김천이 점유율을 높이며 기회를 만들어갔지만, 결정력은 부족했다. 김천의 이동준과 김승섭은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공간을 노렸지만, 광주의 수비 집중력은 이전보다 향상되어 있었다. 특히 골키퍼 김경민은 전반 18분 이동준의 강력한 슈팅을 막아내며 팀을 구해냈다. 수비진의 라인 조율과 커버링도 이전 경기들보다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을 바꾼 건 아사니였다. 전반 32분 우측 측면에서 수비수 세 명을 제치며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시도한 그는 감각을 점검하듯 첫 포문을 열었고, 불과 5분 뒤 같은 자리에서 기어코 골망을 흔들었다. 최경록의 패스를 받은 그는 특유의 드리블 돌파로 중앙을 파고든 뒤 왼발 감아차기로 김천의 골문 구석을 찔렀다. 전북전, 강원전, 수원FC전에 이어 4경기 연속골. 시즌 8호골이자, 이미 지난 시즌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광주는 아사니의 득점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던 전반 39분, 아사니는 또 한 번 김천의 골망을 갈랐다. 돌파와 슈팅의 구도, 방식 모두 선제골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번엔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VAR 판독이 길어지며 경기장의 긴장감이 극에 달했고, 결국 주심은 두 팔을 가로저었다. 골은 취소됐고, 전반전은 1-0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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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광주의 아사니, 골 세리머니 대신 결연한 표정… 경기 후 이정효 감독은 "아사니는 오늘 미쳤다"고 극찬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후반 시작과 함께 양 팀은 과감한 교체를 감행했다. 광주는 박인혁과 유제호 대신 신창무, 이강현을 투입했고, 김천은 이동경과 박철우를 투입해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이동경의 후반 투입은 결과적으로 정정용 감독의 '한 수'가 됐다.

후반 2분, 광주는 또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헤이스의 프리킥 크로스를 변준수가 받아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주심은 다시 VAR 판독에 나섰다. 이번엔 변준수가 헤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팔에 공이 닿은 장면이 확인됐다. 또 한 번의 핸드볼 반칙. 두 번째 골도 취소됐다. 경기를 장악하고도 득점이 무산되자 광주의 분위기는 흔들렸고, 벤치의 이정효 감독은 기술구역 밖으로 나와 몸짓을 섞어가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경기 내내 광주는 빌드업 과정에서 잦은 패스 미스를 범했지만, 끊임없이 시도하며 전방으로 공을 보내려 했다. 오후성, 김한길, 고경민 등도 투입하며 공격의 무게감을 더했다. 하지만 김천의 수비는 실점을 제외하곤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응했고, 골키퍼 이주현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결국 후반 26분, 기회를 살린 쪽은 김천이었다. 오인표의 크로스를 이동경이 헤딩으로 연결했고, 수비수 맞고 튕긴 공을 김승섭이 잡아 다시 이동경에게 패스했다. 이동경은 수비의 틈을 파고들며 오른발로 정확하게 밀어 넣었다. 5월 울산전 이후 두 달여 만에 나온 이동경의 골. 이 골로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남은 시간 광주는 총공세를 퍼부었다. 후반 45분엔 신창무의 왼발 프리킥이 김천 골문을 향해 날아갔지만, 이주현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추가시간에는 이강현의 논스톱 슈팅이 골문 옆 그물을 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지 못했다. 결국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광주는 세 번 골망을 흔들고도 한 골만 인정받은 채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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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광주FC 감독,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사니의 활약을 언급하며 "이기고도 이기지 못한 경기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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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김천상무 감독, "내용적으로 가장 좋지 않은 경기였다"며 냉정한 자평… "무더위 속 승점 1은 선수들에게 박수 보낼 만하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경기 후 이정효 감독은 "이기고도 이기지 못한 경기였다"며 운을 뗐다. 그는 "특히 아사니는 오늘 정말 미쳤다. 내가 경기 전 미팅에서 아주 혼을 냈는데, 거기서 반성하고 훈련도 열심히 하더니 그걸 오늘 경기장에서 증명했다"며 웃어 보였다. 수원FC전에서 팬 인사 없이 라커룸으로 직행한 아사니를 두고 '프로 의식' 문제를 지적했던 그는 "개인 미팅을 통해 잘못을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그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아사니가 왜 이 팀에 꼭 필요한지를 오늘 또 한 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말 떠나라고 했다가, 또 남아달라고 하고… 아사니는 그런 선수다. 팀에 꼭 있어야 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정용 감독은 "내용만 놓고 보면 김천을 맡은 뒤 가장 좋지 않았던 경기"라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대구와의 경기 이후 불과 3일 만에 치르는 원정이었다. 무더운 날씨와 짧은 회복 기간, 습한 기후 등 어려운 조건 속에서 무승부를 거둔 선수들의 의지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팀의 장점은 많이 뛰고 전환이 빠른 축구인데, 오늘은 전반적으로 정적이었다. 공 없이 움직여주는 선수도 부족했고, 볼을 쉽게 잃는 장면이 많았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이날 교체로 투입돼 귀중한 동점골을 넣은 이동경에 대해 "꿩 잡는 매"라고 표현하며 "이제 다시 자신감을 되찾고, 더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광주의 아사니에게 전반 20분까지는 공이 잘 안 갔지만, 공이 가기 시작하니까 곧바로 문제가 생기더라. 그래서 박철우를 투입했고, 그 전술적 대응은 잘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 감독은 "전북에 두 번 지면서 우승 확률 80%를 우리가 만들어준 것 같다"며 "다음에 전북과 만나면 김천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육성 중심 팀이라는 정체성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기술, 멘탈, 체력 모든 부분이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그들이 국가대표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성장해가는 게 김천의 방향성"이라며 "결국 선수 개개인의 발전이 팀 전체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경기는 K리그에서 흔치 않은 '세 번의 골 장면, 단 한 골만 인정된 경기'로 기록될 만하다. 광주는 골을 넣고도 웃지 못했고, 김천은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한 채 승점 1을 챙겼다. 광주는 오는 26일 홈에서 선두 전북현대와 만난다. 이날 VAR의 아쉬움을 떨치고, 상위권 추격의 동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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