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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이끄는 미술관] 한국 미술계 ‘심장’ 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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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7. 24. 17:12

'미술계 큰손' 홍라희 명예관장 복귀로 새바람 예고
건축과 컬렉션, 전시와 교육 아우르는 삼성의 대표 문화기관
현대미술 소장품전 진행 중...9월부터 이불 작가 집중 소개
리움미술관 입구 전경
리움미술관 입구 전경. /삼성문화재단
한국 미술계에서 '파워리더'로 불리는 홍라희(80)가 8년 만에 리움미술관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맞아 명예관장으로 추대된 그의 복귀는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관장직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이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홍 명예관장은 재계에서 대표적인 미술 전공자로, 국내외 정상급 미술관과 화랑을 순례하며 전문가 수준의 감식안을 키웠다. 세계적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이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해마다 이름을 올릴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경제계에 이건희 회장이 있었다면, 미술계에는 홍라희 관장이 있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특히 미니멀리즘 등 전후 추상미술에 대한 그의 취향은 국내 미술계 트렌드를 좌우할 정도의 파급력을 보였다. 현재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도 실제로는 부부가 함께 수집한 것으로, 홍 명예관장의 안목과 조언이 깊이 반영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술계는 홍 명예관장의 복귀가 침체한 국내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리움은 더욱 글로벌하고 고급화된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으며, 다시 '리움다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라희 정재훈 기자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사진=정재훈 기자
◇건축물 자체가 예술...한국 미술계 '기준점'

홍 명예관장이 돌아온 리움미술관은 그 자체로도 특별한 공간이다. 리움(Leeum)이라는 이름은 설립자 가족의 성(Lee)과 미술관(Museum)의 결합으로, 1982년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이 수집한 한국미술품을 바탕으로 한 호암미술관에서 시작됐다.

2004년 개관한 리움의 가장 큰 특징은 건축물 자체가 예술작품이라는 점이다. 세계 건축계의 거장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각각 흙, 철, 유리와 콘크리트를 외장재로 사용해 만든 건축물들은 10년에 걸친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의 IT 기술을 활용한 첨단 관람 시스템은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리움미술관 로비 전경
리움미술관 로비 전경.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의 전시는 국내 미술계 트렌드를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서도호 작가의 개인전 '집 속의 집'은 개관 이래 최대 관람객을 기록하며 작가를 스타덤에 올려놓았고, 로이 리히텐슈타인부터 백남준까지 폭넓은 작가들을 소개하며 한국 미술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1년 재개관 이후 2023년 호암미술관 재개관을 기점으로 '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장소'로서 통합 운영되고 있다.

리움미술관은 '감각 너머'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접근성을 실현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국내 사립미술관 최초로 '국외소재 문화유산 보존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 해외 소재 한국 문화유산의 보존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 홍 명예관장의 둘째딸이자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운영위원장을 맡아 2021년 리움 재개관 당시 외부에서 영입한 김성원 부관장과 함께 미술관을 이끌고 있다. 김 부관장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예술감독,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전시기획과 미술 행정 경력을 갖고 있다.

1. 리움 현대미술 소장품전_전시전경_사진 김상태
'리움 현대미술 소장품전' 전경. /삼성문화재단
◇현대미술 소장품전에 이어 이불 작가 집중조명

리움미술관에서는 현재 '현대미술 소장품전'이 열리고 있다. 최초 공개작 27점을 포함해 총 44점을 선보이는 이 전시에서는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로댕의 '칼레의 시민', 얀 보의 '우리 국민은'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특히 로댕의 '칼레의 시민'은 플라토 폐관 후 9년 만에 다시 공개되는 작품이다. 마크 로스코와 장욱진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돼 동서양 미술 비교 감상이 가능하다.

9월부터는 블랙박스와 그라운드갤러리에서 이불 개인전이 열린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 유토피아적 모더니티 등을 탐구해온 작가의 대규모 전시로, 9월 4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리움미술관과 홍콩 M+미술관 공동기획으로, 리움 전시 후 내년 3월 M+로 이어져 주요 해외 기관을 순회할 예정이다.

6. 이불 작가, 사진_윤형문, 제공_호암재단
이불 작가. /호암재단
5. 이불, 나의 거대서사_바위에 흐느끼다..., 2005
이불의 '나의 거대서사: 바위에 흐느끼다…'. /ⓒ Lee Bul. 모리미술관 및 작가 제공.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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