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성장동력 R&D 비용 절감 등 지시
실적 반등 이끈 전문경영체제도 흔들어
지주사 송영숙 회장과 지분 다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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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술수출 명가로 꼽혀온 한미약품그룹의 경쟁력이다. 경영권 갈등 악순환으로 그룹 실적이 또 다시 발목 잡힐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신 회장 측이 'R&D(연구개발) 비용'을 줄이라고 지시했다는 등의 내부 고발이 전해지면서, 국내 대표 제약사라는 지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경영권 분쟁이 조속히 마무리 되지 않는다면 한미약품그룹이 외부세력에 인수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측은 지난 4월 도입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모녀VS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송영숙 회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룹 성장을 위해 경영권 분쟁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미사이언스 수장으로 외부 출신인 김재교 대표이사를 선임한 이유다.
덕분에 한미사이언스 2분기 실적은 반등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올 2분기 34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30.7% 오른 수치다. 매출도 같은 기간 9.4% 상승한 3383억원을 기록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됐던 1분기만 해도 실적이 급감했지만, 지난 4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면서 실적 회복에 성공한 모습이다.
하지만 신동국 회장이 경영에 개입하면서 그룹 실적 회복세가 꺾일 위기에 처했다. 신 회장은 배인규 고문위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미래 성장동력인 R&D 투자비용 절감 등을 지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16.43%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만, 경영권은 없는 직책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의사결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판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영권 분쟁이 더욱 격화될 경우 송 회장과 신 회장 간 지분매입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송 회장(3.84%) 측으로 꼽히는 장녀 임주현 부회장(9.15%), 킬링턴 유한회사(9.81%) 지분을 합치면 총 22.8%다. 신 회장 측 지분은 한양정밀(6.95%)을 포함해 23.38%로, 송 회장 측보다 소폭 높다. 물론 가현문화재단(3.02%)과 임성기재단(3.07%)이 송 회장 경영권 방패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익 목적으로 출범한 곳인 만큼 지난해와 같은 경영권 분쟁이 재현되면 지분 매입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외부 세력에 그룹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킬링턴 유한회사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송 회장 등 오너일가와 연합을 구성한 사모펀드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대폭 확대하며 그룹 핵심 주주로 올라섰다. 2023년 말부터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오너일가의 주식을 잇달아 매입해, 지난 4월 기준 지분 9.81%까지 키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를 이끌고 있는 곳으로 꼽히는데, 경쟁력 핵심인 R&D비용 절감까지 언급되면서 성과와 실적이 가려지고 있다"며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