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운영 분리 자본요건 강화 필요"
"공공 사각 보완할 규제완화" 지적도
금융당국 "제도 개선 부처간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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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미나에서는 유복재 KB골든라이프케어 사업개발본부장, 신준형 신한라이프케어 사업개발본부장이 발제자로 나서 각사의 요양 사업 추진 현황과 향후 전략을 소개했다. 이들은 요양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점을 꼽았다. 대표적인 것이 요양시설 소유 규제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시설을 설치·운영하려면 해당 부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자금 부담이 크다는 점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 본부장은 "새로운 시설을 짓는데 자금 부담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시설을 확장해 나갈 때 때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시설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거나 보험사의 킥스(K-ICS) 자본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 등의 고민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장기 요양 급여 체계만으로는 돌봄 인력 처우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비급여 서비스 확대 논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자리를 잡으면 서비스 품질과 인력 만족도도 동시에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유 본부장은 "인프라 자체가 (민간) 사업의 영역이지만 공공서비스라고도 볼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장기·저리로 자금 지원 등을 검토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 본부장은 또 "서울 도심 지역에서는 용적률 인센티브 등이 연결되지 않으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공공에서도 일방적인 통제·관리가 아니라 향후 사회적인 과제에 대해 민관이 어떻게 협력할지 입장에서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주제 발표에 나선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보장 중심의 모델을 넘어서 건강 관리, 요양 주거, 신탁 등 인적 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해 가입자들의 생애 후반부를 통합적으로 그룹사가 지원하는 생태계의 주체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신탁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으로 수탁자에 대한 불신, 신탁 자체에 대한 생소함 등을 꼽았다. 송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신탁을 도입·운영함으로써 신탁제도에 대한 경험이 확산되면 이를 통해 국민의 수용성이 제고될 경우 민간 신탁시장 또한 점진적으로 활성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널 토론에 참여한 이해성 삼성화재 헬스케어사업팀 상무는 고령층의 재정상태와 건강상태를 기반으로 시니어 사업의 방향성을 정교화하고, 보험과 연결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확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시니어 헬스케어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보험, 의료서비스, 헬스케어 통합모델을 통해 노화 관련 질환 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방과 관리, 치료를 한 체계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상무는 "고령층이 원하는 케어나 돌봄을 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데이터를 알아야 한다"며 "생활 습관들, 보험 상품과의 연계, 건강 데이터 등이 연동되면 맞춤형 라이프 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물 급부나 민간신탁의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계완 교보생명 종합자산관리팀장은 "노령층이 많아지는 시대가 되면 인지능력 등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에서 문제가 생기게 돼, 현물 급부에 대해 정책적인 지원이나 보험사들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피보험자에 대한 직접적인 간병·요양 등과 같은 현물을 지급하고, 보험사는 보험사 대로 추가적인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보험금 지급 규모도 같이 커질 것을 염두한 발언이다. 그동안 보험업계가 보험료를 받으면서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지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에 접어들게 되면 보험사로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해 보험사는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간병 서비스나 요양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출을 아끼고, 더 나아가 관련 산업에서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물 급부와 관련해 헬스케어 서비스도 제시됐다. 이소영 하나손해보험 장기상품팀장은 "당사는 현물 급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담보로 하는 상품을 개발해 왔다"며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서 치매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시 주1회 방문인지교육 현물급부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활성화를 위해서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보험금청구권 신탁 대상에는 일반 사망보험금만 포함돼 있는데, 이 범위를 질병 관련 보험금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계완 팀장은 "국내법에서 신탁과 관련된 법은 기본적으로 자본시장법과 신탁법 두 가지의 전 조항이 연관되고 상당 부분이 민법과 상법까지 연관된다"며 "자본시장법의 경우에는 투자 상품에 대한 규제를 목적으로 만든 법임에도 불구하고 신탁을 규제하는 내용이 해당 법 내에 포함돼 있다 보니 (신탁에서도) 투자 상품들에 대한 불완전 판매나 고객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항목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후견신탁시 임의후견 등 법적 문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그는 "임의 후견은 믿을 만한 사람을 후견인으로 지정하는 것인데, 임의후견을 지정하려면 감독인을 선임해야 하고 가정법원에는 임의후견인의 재산에 대한 재무제표를 계속 신고해야 한다"며 "임의후견 제도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 개선이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신탁사가 재신탁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보험금신탁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2004년을 규제 완화가 이뤄진 이후 신탁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가능한 업무만 제한하는 '열거주의'에서 제한하는 내용의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허용하는 '포괄주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보험상품 개발 과정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소영 팀장은 "공공에서 하는 부분(공공신탁)과 민간에서 하는 부분(민간신탁)에 관련해선 민간에서는 공공의 사각지대를 보상해주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통계가 중요한데, 건강보험심사평가에서 2016년 이후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이슈로 통계가 제공되지 않고 있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서 윤세영 금융위 금융보험과 사무관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유권해석을 통해 2022년 법적인 문제가 다 해결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며 "금융위가 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중장기적으로 보험사들이 노후 서비스 통합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윤 사무관은 "보험사가 노후 서비스의 통합 서비스 제공자가 돼 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국에서도 적극 지지하고 있다"면서도 '보험사 사업 범위를 어디까지 늘릴 것인지, 재원을 어떻게 끌고 올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요양, 신탁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해 복지부, 법무부 등과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 사무관은 "요양시설 임차 규제 관련해서 복지부와 별도 TF를 구성해서 논의를 했지만 규제를 풀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이 났다"며 "보험금 청구권 신탁 관련해서는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고, 소관 부처인 법무부와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패널 토론 좌장을 맡은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험업계의 시니어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부처 간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임차 규제나 금전채권의 범위는 금융위원회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법무부와도 연결이 돼 있어 부처 간의 업무 협조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공공 부문이 할 수 있는 부분과 민간 부분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조화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