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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초조한 현대차… “日·EU 수준 안되면 경쟁력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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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5. 07. 28. 17:52

현대차·기아, 2Q서 이미 1.6조 손실
합의 불발땐 3Q 영업익 감소 '1.2조'
25% 적용땐 가격 경쟁력 악영향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15% 수준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상호관세 유예 조치의 마감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미국과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업계에선 한국산 자동차만 역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부터 미국의 25%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 역시 실질적인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3분기에 예상되는 영업이익 감소분만 해도 1조2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업계에선 북미 시장이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 및 수익 구조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관세 협상이 향후 수익성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분기 미국 관세로 인한 손실이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으로 총 1조6142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는 관세 부과 직전인 4월 전까지 수출 물량을 서둘러 선적해 미국 내 재고를 쌓아뒀지만, 해당 물량이 소진된 5월부터는 관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에선 현행 25%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영향을 온전히 받는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재의 25% 관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3분기에는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며 현대차가 3분기에만 약 1조2000억원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44조9000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23% 줄어 2조74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기아 역시 영업이익이 11.5% 감소한 2조55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4분기에는 2분기보다 더 많은 관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 역시 15%로 자동차 관세를 하향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더욱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관세 문제는 결국 가격 경쟁력과 직결된다. 한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율이 최소 15% 수준으로 맞추지 못한다면 미국 현지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의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의 미국 현지 판매 시작가는 2만2125달러로, 폭스바겐 제타(2만995달러)보다 약 4%가량 낮다. 하지만 25% 관세가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오히려 아반떼가 경쟁 모델보다 비싸지게 되는 구조다. 관세 10% 차이가 단순히 '가격 인상'으로 끝나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글로벌 3위로 독일의 폭스바겐그룹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상황.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미국 판매량에서 수입 비중이 큰 기업들은 폭스바겐(80%), 현대차·기아(65%), 벤츠(63%) 등의 순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 확대, 탄력적 인센티브 운영, 공급망 효율화 및 원가 절감 등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 충격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관세 협상 타결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은 정부와 미국 측의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유럽의 관세율이 이미 인하된 상황에서 한국의 협상 결과가 그 어느 때보다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계에 중요한 상황"이라며 "당초 영국 수준인 10%만 맞춰도 대성공이라고 봤지만, 현실적으로는 15%로 낮추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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