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불발땐 3Q 영업익 감소 '1.2조'
25% 적용땐 가격 경쟁력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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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 4월부터 미국의 25%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 역시 실질적인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3분기에 예상되는 영업이익 감소분만 해도 1조2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업계에선 북미 시장이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 및 수익 구조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관세 협상이 향후 수익성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분기 미국 관세로 인한 손실이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으로 총 1조6142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는 관세 부과 직전인 4월 전까지 수출 물량을 서둘러 선적해 미국 내 재고를 쌓아뒀지만, 해당 물량이 소진된 5월부터는 관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에선 현행 25%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영향을 온전히 받는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재의 25% 관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3분기에는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며 현대차가 3분기에만 약 1조2000억원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44조9000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23% 줄어 2조74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기아 역시 영업이익이 11.5% 감소한 2조55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4분기에는 2분기보다 더 많은 관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 역시 15%로 자동차 관세를 하향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더욱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관세 문제는 결국 가격 경쟁력과 직결된다. 한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율이 최소 15% 수준으로 맞추지 못한다면 미국 현지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의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의 미국 현지 판매 시작가는 2만2125달러로, 폭스바겐 제타(2만995달러)보다 약 4%가량 낮다. 하지만 25% 관세가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오히려 아반떼가 경쟁 모델보다 비싸지게 되는 구조다. 관세 10% 차이가 단순히 '가격 인상'으로 끝나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글로벌 3위로 독일의 폭스바겐그룹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상황.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미국 판매량에서 수입 비중이 큰 기업들은 폭스바겐(80%), 현대차·기아(65%), 벤츠(63%) 등의 순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 확대, 탄력적 인센티브 운영, 공급망 효율화 및 원가 절감 등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 충격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관세 협상 타결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은 정부와 미국 측의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유럽의 관세율이 이미 인하된 상황에서 한국의 협상 결과가 그 어느 때보다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계에 중요한 상황"이라며 "당초 영국 수준인 10%만 맞춰도 대성공이라고 봤지만, 현실적으로는 15%로 낮추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