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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 “전작권 전환 성급해선 안돼… 軍 역량 강화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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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혁 기자 | 정채현 기자 | 김수연 인턴 기자

승인 : 2025. 07. 28. 17:55

한미간 전략 자산 공유 등 고려 필요
안보 전문가 등 평가할 수 없는 문제
전쟁 억제 목표로 '조건' 충족 최우선
비공식 참전용사 기념시설 설립 추진
유럽 3개국 등과 방산분야 협력 논의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2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사무동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공=전쟁기념사업회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는 일부 정치적인 발언이 아닌 우리 군의 냉철한 판단을 존중해야 합니다. 군사 작전 능력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역대 최연소 국방부 차관을 역임하고, 2014년 10월 한미 양국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합의 당시 일익을 담당했던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은 2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사무동에서 가진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전작권 전환의 시점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진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백 회장은 "(전작권 전환은) 한미 간의 전략 자산 공유, 작전 계획의 수립과 집행 과정, 미군의 전술핵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작권 전환은 시점을 정하고 일정에 쫓기듯 하는 것보다 우리 군의 자주적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백 회장은 "우리 군의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외교이자 국방"이라고 했다.

백 회장은 다만 전작권 전환은 군 당국이 스스로 평가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작권 전환은 고도의 기술적인 문제기 때문에 일반 안보 전문가나 정치가들이 '된다 안 된다'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백 회장은 "군사 작전의 문제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하는데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여러 가지가 준비돼 있는지, 장비나 능력이 준비돼 있는지가 문제다. 또 북한이 핵을 다양하게 쏘는데 이것을 요격하는 기술이라든지, 미국의 전술핵을 써야 할 판단은 누가 하느냐 등에 대해 우리 군이 판단할 수 있다면, 나는 우리 군이 전작권을 전환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 억제'라는 게 백 회장의 주장이다. 백 회장은 "전쟁 억제를 목표로 둔다면 '조건'을 충족시키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조건은 국군의 능력이다. 조건을 충족시킬 방법을 빨리 만들어서 제시해야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목표 시점을 정해놓고 언제까지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방식은 아주 선명해 보이고 의지가 강해 보이지만, 지혜로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남북 대화 기조 아래 전쟁기념관은 6·25전쟁의 교훈을 바탕으로 평화 통일의 여건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쟁기념관은 최근 유엔참전국이 아닌 참전용사들에 대한 기념시설을 만들기 위한 자료 수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를 위해 백 회장은 최근 라트비아·아일랜드, 그리고 그리스를 방문했다. 라트비아와 아일랜드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미군 소속으로 우리나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참전했던 나라들이다.

1952년 여름, 한국 텐트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미 해병대 제1해병사단 제5연대 제1대대 A중대 소속 레오니즈 오조린슈(라트비아계 미국인) 일병. /제공=라트비아 전쟁박물관
백 회장은 "라트비아는 라트비아계 미국인들이 미군 소속으로 14명이 참전해 4명이 전사했고, 아일랜드는 미군 소속으로 1000여 명이 참전해 160여 명이 사망했다"며 "각국 주한대사관과 현지 기관의 초청에 따라 3곳을 방문해 국제사회에 6·25전쟁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참전국·비공식 참전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공공외교적 목적을 함께 추구했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이번 아일랜드 방문에서 아일랜드인들의 6·25전쟁 참전 내용을 확인했다. 아일랜드는 유엔회원국이 아니었던 6·25전쟁 당시 미국 또는 영국군 소속으로 1000여 명 이상의 자국민이 참전했다. 전쟁기념사업회는 이 같은 역사적 배경 속에서 아일랜드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억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린 스칼프(Lynn Scarff) 아일랜드 국립박물관장과의 면담에서 6·25전쟁 참전자 규모·의의에 대한 자료 공유를 약속받았다. 백 회장은 또 제라드 크로웰(Gerard P. Craughwell)·오브리 맥카시(Aubrey McCarthy) 아일랜드 상원의원과 면담에서 외교·안보·방산 등의 분야에서 협력해 나갈 것을 논의하기도 했다.

전쟁기념사업회는 이번 유럽 3개국 출장을 통해 △6·25전쟁 관련 국제학술발표와 유럽 현지 아카이브 교류 기반 확보 △공공외교 및 추모행사를 통한 참전국 유대강화 △국외 전쟁박물관들과 중장기 전시·기록 협력 체계 기반 마련 △아일랜드 등 비공식 참전국과의 외교 및 방산 분야 협력 논의 등을 진행했다. 전쟁기념사업회는 올 하반기 그간 추진된 공공외교 내용을 백서로 발간하는 등 그간의 성과를 실질화해 나갈 예정이다.
지환혁 기자
정채현 기자
김수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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